200여년 만에 발견된 천주교 최초 순교자의 유해…복자(福者) 윤지충, 권상연, 윤지헌
200여년 만에 발견된 천주교 최초 순교자의 유해…복자(福者) 윤지충, 권상연, 윤지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9.01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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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 천주교 전주교구장(가운데)이 1일 전주시 천주교 전주교구청에서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유해 발견 관련 발표 및 교구장 교령 공포'를 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 천주교 전주교구장(가운데)이 1일 전주시 천주교 전주교구청에서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유해 발견 관련 발표 및 교구장 교령 공포'를 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한국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된 복자(福者)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가 사후 200여 년 만에 발견됐다.

 천주교 전주교구(교구장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는 1일 교구 호남의 사도 유항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3월 전북 완주 초남이성지의 바우배기에서 성역화 작업을 하던 중 순교자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물이 출토됐다”며 “면밀하게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세 복자의 유해로 판명했다”고 밝혔다.

 이들 세 복자는 신앙을 지키고자 목숨을 내놓은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다.

바우배기 순교자묘지 위치(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바우배기 순교자묘지 위치(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윤지충과 권상연은 1791년 신해박해 때 전주 남문밖(전동성당 터)에서 참수됐다. 두 사람은 1790년 북경의 구베아 주교가 조선 교회에 내린 제사금지령을 따르고자 신주를 불태우고, 천주교식 장례를 치렀다가 모진 고문 끝에 죽임을 당했다.

 윤지헌 프란치스코는 윤지충의 동생이다. 더 이상 고향에 살 수 없게돼 떠나서도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하다, 형이 순교한 10년 뒤인 1801년 신유박해 때 능지처참형을 받고 순교했다.

 세 사람 모두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됐다.

 세 복자의 유해가 발견된 곳은 초기 한국천주교회의 지도자로, 호남의 사도로 불리는 복자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가족이 1914년 치명자산성지로 이전하기 전까지 묻혀있었던 곳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전통적으로 순교자 옆에 순교자를 모시던 관습이 있는데, 바우배기 일대도 이러한 전통이 있던 곳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복자 권상연 야고보의 백사사발지석
복자 권상연 야고보의 백사사발지석

 이에 전주교구는 이곳을 성역화하는 작업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무연고분묘 10기에 대해 개장공고를 했다. 연고자가 나타난 1·2호기를 제외하고 8기의 묘를 개장한 결과 5호기와 3호기 무덤에서 지난 3월 11일 유해와 함께 ‘백자사발지석’이 발견된 것이다.

 전주교구는 백자사발지석의 명문 내용이 세 복자의 인적사항과 일치함을 각각 확인했다.

 또 묘지와 출토물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통해서도 묘소 조성 연대, 출토물의 연대가 이들 복자가 순교한 시기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5호 유해(복자 윤지충 바오로)의 다섯째목뼈 예기 손상 모습
5호 유해(복자 윤지충 바오로)의 다섯째목뼈 예기 손상 모습

 유해조사로는 성별검사, 치아와 골화도를 통한 연령검사 및 해부학적 조사, Y염색체 부계 확인검사(Y-STR)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성별은 모두 남성으로, 연령이 순교할 당시의 나이와 부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Y염색체 부계 확인검사 결과에선 각각 해남윤씨와 안동권씨 친족 남성 5명의 유전정보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또한 해부학적 조사에서 참수형에 해당하는 특이소견을 찾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주교구는 윤지충 바오로의 유해 목뼈 부분과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목뼈, 양쪽 위팔뼈, 왼쪽 대퇴골에서 찾은 예기 손상을 각각 참수와 능지처사형의 흔적으로 제시했다.

8호 유해(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에서 양쪽위 팔뼈(상완골) 예기 손상 모습
8호 유해(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에서 양쪽위 팔뼈(상완골) 예기 손상 모습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는 이날 “이 유해들이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라고 선언하며, 이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배척한다”며 유해의 진정성에 대한 교령을 발표했다.

 이어 김 주교는 담화문을 통해 “순교자들의 피를 밑거름 삼아 성장해온 우리 교회가 그 순교역사의 첫 자리를 차지하시는 분들의 유해를 비로소 찾았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기념비적인 사건이다”면서 “이를 계기로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고, 신앙으로 친교와 형제애를 다지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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