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의 정치경제학
새만금의 정치경제학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8.24 16:3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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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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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재학 시절, 교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판례에 익숙한 단어가 보였다. ‘새만금’.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노태우 정부의 전라북도 민심 달래기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배웠다. 1991년 착공하여 약 18년만에 겨우(?) 완공된 방조제와 아직도 진행중인 나머지 공사들에 대해 배운 기억이 나서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십 수년간 서울생활을 하면서 전북의 문제가 대법원 판례까지 등장한 경우라 더욱 자세히 보았던 것 같다.

당시 대법원 판결(2006두330 정부조치계획취소등)은 환경론과 개발론 사이에서 법원이 개발론에 손을 들어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정법의 주요 쟁점인 원고적격부터 사업 경제성과 환경권 사이의 비교형량에 관한 중요한 판례였다. 옆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말했다. “그런데 전북엔 평야가 넘치지 않아? 땅을 넓혀서 뭐할려고?” 그랬다. 땅을 넓혀서 무엇을 하려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처음 계획을 세운 20여년 전과 달리 시대가 변하고 갈수록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새만금의 농지로서 활용 가치는 낮아졌다. 계획도 여러번 수정됐다. 한동안 새만금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새만금특별법 개정안 통과로 기업 투자 유치, 공항 건설등 다른 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새만금에 강원랜드와 같은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립도 검토되었을 정도로 다각도로 활용방안이 모색되어 왔다. 2017년에는 2023 세계잼버리 대회도 유치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주목받자 뜬금없이 태양광패널이 설치되었다. ‘새똥’에 뒤덮인 태양광 패널 사진이 주요 중앙 일간지에 실리면서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물위에 떠다니는 부유체 위에 햇빛을 흡수하는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이른바 ‘수상광’인데,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라는 새만금의 지리적 특성을 무시한 결과라는 비판이 많다. 태양광 사업의 경제성을 떠나 수십년의 세월 동안 진행된 국책사업에 급조된 정책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감사원이 월성원자력발전소 감사에 이어 새만금 태양광 사업도 감사할 것이라고 한다(2021. 8. 12. 조선일보 기사 참조).

새만금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대하여 환경단체의 반발 또한 심하다. 환경적인 측면을 논외로 하더라도, 전국에 넘쳐나는 지방 공항들의 말로를 보면 과연 경제적인지 의문이다. 처음 사업이 입안되었을 당시에 초등학생에 불과했던 필자가 전북도민의 열망으로 불리는 새만금 사업에 대해 그리 할말은 많지 않다. 다만 전국적으로 보아도 법적, 행정정책적, 경제적, 환경적, 그리고 지역소외라는 정치학적 쟁점이 이토록 혼재되어 있는 사업은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전북의 인구는 2021년 3월말 기준 179만여명으로, 180만이 붕괴된지 한참이다.출산율 감소가 전국적인 인구의 감소세로 이어졌지만 전북은 출산율 감소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침체로 인한 인구의 유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부분은 20~30대 청년인구의 타지역(수도권 등)으로의 유출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다.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는 것이다.

내년은 대선과 지선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후보자들은 익숙한 얼굴들이다. 그렇다고 참신한 새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역동적인 다른 지자체와 달리 변화의 바람도 없다. 정치인에 기대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요원하기는 마찬가지다. “땅을 넓혀서 뭐할려고?” 서울 친구의 물음에 대한 답은 언제 할 수 있을까.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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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caler 2021-08-24 22:56:47
지방 갯벌 매립지 새만금이 아닌 세계적인 시각에서 새만금의 미래를 봐주세요.
glocaler 2021-08-24 22:55:08
고향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촌마을이었던 부산이 어떻게 100년만에 제2의 국제적 도시가 되었을까요?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홍콩은 왜 국제도시가 되었을까요? 두바이는 왜 갑자기 국제도시가되었을까요? 지정학적 위치때문입니다.국내에서 서울만보면 다른 지방도시는 개발이 필요없습니다. 경제강국 일본이 한반도 서남부에 있었으면 부산은 그냥 작은 도시로 남았고 대신 목포가 제2의 도시가 되었겠죠. 목포옆에 일본이 있었다면 6.25때 부산이 아닌 목포로 인구가 몰렸겠죠.경부고속도로도 없고 경목고속도로가 있었겠죠. 요점은 이제 중국이 제2경제대국이라는겁니다.
glocaler 2021-08-24 22:54:12
일대일로로 중국동부에서 2주면 유럽각도시로 철도로 물류이동가능합니다. 당연히 서해안시대 준비해야죠. 우연히 당시 필요한 농지로 시작했지만 이제 대중국 무역지구가 필요할때입니다. 베이징 텐징 다롄등 북부는 인천중심 서해안, 옌타이 칭다오 상하이 등 중부는 새만금, 홍콩 광저우 남부는 목포중심 전남이 맡으면 되겠네요. 21세기 선진대한민국이 국민소득 6만달러의 싱가폴 수준이 되려면 서울하나로는 어림없고 각지방이 전세계 대륙을 맡아 무역해야합니다.
glocaler 2021-08-24 22:53:26
이재명 정세균 후보는 전국을 5개권역으로 나눠 서울을 5개로 만들어 성장엔진을 만든다고 합니다. 여기에 새만금 중심 전북이 추가되어 6개 엔진은 있어야죠. 서울권은 미국. 부산권은 일본, 강원도는 러시아, 경기서부는 중국 텐진, 새만금은 상하이 +동남아, 전남은 홍콩, 제주도는 대만 호주.충청도는 유럽,아프리카. 각권역별 국제공항이 있어야하고 새만금은 하이퍼루프로 상하이와 45분대 연결해야합니다.
glocaler 2021-08-24 22:52:52
민원발생없는 매립지가 있고 전북의 소리문화와 음식문화 전주한옥마을 무주리조트가 있으니 세계적인 한국문화체험관광 가능하고 유럽의 투마로우edm축제나 미국 네바다 사막의 버닝맨급 축제가능하겠습니다. 넓은 식량부지가 있으니 국가차원에서 식량관리가능하고 re100으로 데이터센터 유치하고 재상에너지 세계적인 메카육성 가능합니다. 새만금은 대한민국에 무궁한 가능성있는 민원소지없이 개발가능한 도화지가 생긴겁니다. 복잡한 행정절차없이 공산국가 만큼이나 정부의지로 신속히 신산업 테스트가능한 메가급 테스트베드가 생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