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틀을 바꾸자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틀을 바꾸자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1.08.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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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의원
윤준병 의원

‘가을 메(杵)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라는 말이 있다. 메는 절굿공이나 방망이를 이르는 말로, 가을에는 추수로 일이 많다 보니 사람은 물론 부엌의 기구마저도 덤벙일 만큼 농사가 바쁘다는 의미다. 이렇듯 과거에도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보다 덜 심각하게 느껴졌다. 이유는 일손을 나눠줄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농가인구 감소와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농어촌의 일손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가인구의 고령화율은 2000년 21.7%에서 2019년 46.6%로 연평균 1.3%포인트 증가했고, 2030년에는 59.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가인구 10명 중 6명이 65세 이상인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도 2017년 이후 약간 증가해 2025년에는 154만9,000명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2030년에는 152만6,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40세 미만 경영주가 있는 농가 수는 2000년 9만1,516가구에서 2019년 6,859가구로 79.3%나 급감해 젊은 후계농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부족한 농어업분야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2015년에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다. 외국인 근로자가 단기 취업(C-4) 비자를 받아 최대 90일까지 우리나라 농촌에서 일할 수 있게 허용한 제도다. 계절근로자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2015년 19명에서 2019년 47개 지자체 3,612명까지 증가했다. 또 사용자가 고용허가를 받아 국외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모집하거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모집하는 ‘고용허가제’도 운영되고 있다. 2019년 기준 고용허가제를 통해 농업 부문에 일하는 외국인 수는 총 31,378명이었다. 실제 들녘에서 만나는 농민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를 통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지연되거나 철회되면서 일손 부족이 더욱 심각해졌고, 이는 인건비 상승의 요인이 되어 농어민들에게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농민은 인력업체를 통해 외국인 인부를 고용했는데 처음 9만 5천 원이었던 인건비를 매일 더 올리면서 15만 원까지 요구했지만, 중간에 멈출 수 없어서 마지못해 응했다고 이야기를 전하며 무척 속상해했다. 외국인 근로자 확보도 어려워진 농업인들의 허망함이 느껴졌다.

정부가 농촌인력 수급과 관련된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문제가 계속 악화하고 있으므로 정책 틀과 사고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업 현장에서는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가 공식 통계로 잡힌 숫자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보고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논문‘농업 부문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과제’에 따르면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례가 조사대상의 91%에 달했다. 농업 부문의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여 농어업 부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책 틀을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감염병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농촌인력의 선제대응 방안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 국내 입국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코로나 격리시설확보, 국내 입국 사전협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파견제도의 시범 도입, 국내 체류 방문 동거 외국인 가족의 활용 등을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체류 기간 연장에 대한 부분이나 해외 자매결연 도시와 노동 인력협약을 체결하는 대안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어업 부문의 고용 현황 실태조사를 매년 시행해서 제대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농어업분야의 내국인 유입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단계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연중 고용을 전제로 하는 축산업이나 시설원예업 등은 고용허가제로 운영하고, 농번기가 있는 품목별 고용은 계절근로자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이민정책’으로의 전환도 고민할 때가 되었다. 구직자와 자원봉사자를 통한 농번기 농촌인력 지원방안도 정부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하나로 농번기 농촌인력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농번기에 농촌 일손을 돕는 데 동참하는 청년들에게 소정의 수당을 지급해 동참을 유도하면 좋겠다.

국내 농어업분야의 인력과 농어촌 경제에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농어촌의 일손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대한민국의 농어업이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이며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농어업분야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제도개선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윤준병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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