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식량안보의 중요성
기후위기시대 식량안보의 중요성
  • 이원택 국회의원
  • 승인 2021.08.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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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튀니지 남동부 지방 도시인 시디부지드의 26세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는 대학 졸업 후에도 취직을 하지 못해 거리에서 불법 노점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으로 좌판을 뺏기자 이에 항의해 분신자살을 시도하였고, 이듬해 2011년 1월 사망한다. 이 사건으로 튀니지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리비아, 이집트, 예멘, 시라아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 주요국으로 확산되며 아랍지역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내전으로 이어지는 ‘아랍의 봄’의 서막이 되었다. 튀니지 대규모 시위 이면에는 장기독재 정권에 대한 분노와 청년실업 문제, 빈부격차, 물가 폭등 등의 원인이 있었겠지만, 전문가들은 튀니지의 높은 식량 수입의존도가 주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세계 최대의 밀 생산국인 러시아는 2010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자 자국의 식량확보를 위해 밀수출을 중단했고, 밀 공급 부족으로 전세계의 밀가격이 60~70% 폭등했다. 이는 결국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랍 중동 국가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대대적인 반정부시위로 이어졌는데, 튀니지와 시리아는 러시아 밀수출 중단으로 폭동과 내전이 일어나며 국가 시스템이 붕괴되기도 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40만명이 넘는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했고, 난민 수용 문제는 유럽을 넘어 전세계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러시아의 가뭄이 시리아 내전과 유럽 사회를 뒤흔든 시리아 난민 갈등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나비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기후위기시대, 식량안보의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019년 기준 21%로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세계평균 곡물자급률인 102%의 1/5에 불과하다. 식량자급률(사료용 제외) 또한 2019년 기준 45.8%로 2010년 54.1%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해외 식량 의존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기후위기로 인한 전 지구적 먹거리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농정과 먹거리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농업예산 및 공익형직불금 확대를 중심으로 농정을 전환하고 다기능 농업을 육성해야 한다. 국가 전체예산 대비 3%에도 못 미치는 농업예산을 5% 이상으로 확대·편성해야 하며, 농어민의 안정적 소득 보장과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식량안보 대책도 세워야 한다. 식량(Food)이 무기(Fire), 연료(Fuel)와 함께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3F로 불리고 있는 이유는 더욱 분명해졌다. 식량자급률이 120%를 넘는 미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190억 달러를 식품 공급망 유지와 식량안보 지원에 투입했으며, EU도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농업 및 식품부문에서 다양한 조치들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로의 변화다. 식량자급률 제고 등 식량안보 차원에서의 대책 역시 식량자급률 목표 계량화와 목표 달성을 위한 농업기반 점검, 종자은행 확보, 생산후 판로 확보 및 소비 증대 방안 등을 포함한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대책이어야 한다. 생산-유통-소비의 전 과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기술로 투명하게 관리되는 먹거리 신뢰 체계의 견고한 구축은 당연하다. 그래야 우리 농업의 미래가 있고, 식량안보도 가능하다.

이원택<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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