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상권과 연계한 골목상권
대로변상권과 연계한 골목상권
  • 권순재 기자
  • 승인 2021.08.11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형 골목상권’ 미래를 찾다 (2)

2000년대 초중반 서울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 삼청동, 전주한옥마을 등을 시작으로 골목상권이 부상했다. 젊은 세대 그 중에서도 20~30대 여성이 선호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주택가나 근린상가에 형성된 상권을 말한다. 현재 골목상권은 독창성, 전문성, 개성, 특별함 등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욕구에 호응하면서 SNS를 중심으로 200여 곳에 달한다.

요즘 뜨는 골목상권은 시민들의 소박한 삶터를 배경 삼아 개성 있고 매력적인 상업시설과 즐길거리, 볼거리, 먹거리 등이 풍족해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소소하고 즐거운 소비를 불러온다.

골목상권이 갖는 성공요소 가운데서도 기존 대로변상권과 연계해 슬기롭게 성장하는 골목상권을 찾을 수 있다. 이들 골목상권은 대로변 각종 사무공간과 많은 유동인구, 높은 교통편의성 등을 강점으로 갖는 대로변상권과 경쟁구도가 아닌 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해 오늘에 이르렀다. 경쟁이 아닌 상생의 방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 테헤란로와 연계한 선릉 골목상권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있는 도로. 위치는 강남역에서부터 동쪽으로 종합운동장역이 근방에 있는 잠실자동차극장사거리까지다. 이름의 유래는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 이곳 테헤란로에 위치한 대로변상권은 과거 명동, 홍대와 묶어 서울 3대 상권으로 꼽히기도 했다.

도로 길이는 4.1km, 왕복 10차로, 너비 50m의 이 길 밑으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지나 강남역, 역삼역, 선릉역, 삼성역 등이 있다. 이곳은 강남 개발과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금융기관 본·지점들이 밀집해 금융타운을 형성했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비유해 테헤란밸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때 국내 벤처기업의 성지로 불리기도 했다.

일부 벤처 기업이 판교테크노밸리나 가산디지털단지로 옮겨가고 금융 기업들이 여의도로 옮겨 갔지만 구글코리아, 이베이코리아 등 여전히 IT기업이 많이 자리해 수도권 3대 기업 밀집지역 GBD로 분류되고 있다.

강남 오피스 상권의 메카 선릉역 테헤란로 이면에는 골목상권인 먹자골목이 형성됐다. 선릉역 주변에는 출구별로 발달된 상권들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활성화된 출구는 1번 출구로 화장품, 의류, 부동산, 음식점 등이 자리 잡아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는 식사와 모임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직장인의 유동인구가 많은 출구다. 이곳에선 평일 오전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거나 이른 점심에 맥주 한잔을 기울이는 젊은 세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최기웅 기자

▲ 높은 임대료를 피해 형성된 망리단길

2030세대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는 서울 망원시장과 망리단길. 망원역 2번 출구에서 500여m 떨어진 이곳은 먹거리, 볼거리 많은 길로 소문나 오전부터 한가롭게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를 형성한다. 여기 망원시장은 과일, 옷, 떡, 고기, 채소 등 여느 전통시장의 제품과 더불어 분식점, 닭강정, 고로케, 떡갈비, 전통 술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유명 맛집들이 시장 안에 있어 오전부터 대기 줄을 설 정도다.

걷다가 그냥 들어가고 싶은 매력적인 점포는 어디 있을까, 사람들은 왜 이 골목을 좋아할까를 질문하며 계속해서 걷다보면 차츰 콘셉트이건 외관이건 사진 촬영과 소비욕구를 부추기는 가게들이 눈에 띈다. 공예공방, 청년 편집숍, 어른이 장난감 집, 파티용품 가게, 동네빵집, 간식 전문점 등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은 가게들이다.

대로변상권에 의지해 골목길 틈바구니에 또는 길 끝에 하나, 둘씩 조심스럽게 들어서 자신들만의 거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망리단길은 초기 골목상권이라 할 수 있는 홍대에서 높은 임대료로 밀려난 이들이 처음 이주한 거리다. 이곳 역시 이름이 알려지고 발길이 몰리면서 여전히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품고 있지만 여타 홍대나 강남, 이태원과는 사정이 다소 다르다.

망리단길 덕에 젊은 세대가 모여 들면서 전통시장인 망원시장 또한 플라스틱 프리(장바구니 대여), 배송센터 등 상생의 노력까지 보인다. 망리단길은 먹거리 위주의 기존 상권에 홍대와 경리단길의 감성이 더해져 뜨는 골목 요소를 채워준, 그래서 머물고 다시 찾게 하는 망원상권의 시그니처다.

11일 전주 객리단길이 코로나 4차 유행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기웅 기자

▲ 전주 객리단길과 남부시장

대로변상권과 연계한 유명 골목상권을 보면 전주에서의 접목 가능한 부분이 충분한 상황이다.

도심 공동화가 심했던 2016년 청년 창업자들이 찾아들면서 시작된 객리단길과 코로나 사태 이전 야시장 등 전국적으로 관광객이 찾는 남부시장을 들 수 있겠다.

전주에서 가장 핫한 거리가 된 객리단길은 젊은 세대의 소비 감성에 맞춘 상가들의 변신과 인근 투어 코스들과의 조화로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텅 빈 도심에서 이제는 입지 좋은 길목이 된 객리단길. 코로나 상황에서도 이곳의 점심과 밤은 거리를 찾는 유동인구가 형성됐다. 프랜차이즈 없이 청년 창업주 개개인의 개성이 잘 나타난 이곳에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관광객 등을 끌어들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인해 돌파감염에 재감염까지 전북 누적 확진자 3천명을 넘어선 11일 전주 남부시장 상가 골목길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텅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원철 기자

남부시장 야시장의 경우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해지기 무섭게 파장하는 여느 시장과 달리 밤늦도록 먹고 마실 수 있었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매주 금,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된 것으로, 이는 침체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야간 관광 명소로 개발됐다.

청년야시장은 지역작가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리마켓과 함께 문화공연 및 행사들이 함께하며,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식과 각종 소품, 직접 만든 수공예품 등을 가져와 판매도 이뤄졌다. 한 때 야시장 방문자는 일일평균 8천여명으로 한옥마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쇄도했으며, 시장이라는 공간을 다양하게 재인식하고 청춘의 감성으로 재탄생된 공간으로 거듭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주 객리단길과 남부시장 또한 기존의 대로변상권과 연계하고 전통시장 상인과의 상생의 노력까지 더해 지속가능한 골목상권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권순재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