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당신 것이니?
나라가 당신 것이니?
  •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 승인 2021.08.09 16: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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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질문은 필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김경욱 작가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공작기술자들이었던 전직 첩보요원들이 칠순 노인임에도 잘나가던 시절의 영화를 재현해 보고자 생애 마지막 임무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정권이 바뀌고 자신들이 몸담았던 조직은 해체되었고 지나간 시대에 대한 맹목으로 영웅들이 뭉쳤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로 방향성은 잃고 적인지 동지인지도 헷갈린다. 조종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밀려온다.

기시감이 든다. 정치권발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론이 뜨거웠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과 당대표이다. 당내 일부 여성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대표는 ‘여가부 폐지’를 당론화하려는 움직임과 ‘통일부 폐지’까지 들고 나와 ‘작은 정부론’으로 정치쟁점화 하려 한다. 쉽고 만만하게 부처를 폐지하겠고 말하는 것도 그들만의 정치교본인지. 여가부 폐지 국민청원도 행렬을 이룬다.

여성부처를 폐지하겠다고 흔들어대던 일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보수세력이 득세할 때마다 집요하게 들고 나오는 해묵은 메뉴였다. 역사학자 허윤 교수는 한국에서 여성혐오 및 차별은 남성성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냉전세력들이 꾸준하게 소환해 왔던 이슈였다고 말한다. 과거 부녀국이었을 때도 ‘쓸데없는’ 부서라며 폐지를 주장했고 이명박정부 인수위에서도 ‘여성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처로 평가절하하며 여가부 폐지를 들고 나왔다가 저항에 부딪치자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그동안 여가부가 여성권익향상과 성평등 실현이라는 기본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하지만 적은 예산과 권한 속에서도 추진해온 정책들이 우리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성비위 문제도 성인지감수성을 높여낸 결과에 따른 사회적 진통이다.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여가부가 존재함으로서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며 갈등조장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여성혐오에 침묵하던 여성들이 의사를 표출하고 문제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방식에 젠더갈등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본질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1 세계성격차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156개국 중 102위로 최하위권이다. 성별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이러한 현실은 애써 외면한 채 ‘여가부를 없애고 그 예산으로 의무복무 다녀온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버젓이 공표된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일부 보수청년층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표를 결집시키겠다거나 젠더갈등을 정치동력으로 삼겠다는 신념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된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여가부가 할 일을 다 했다거나, 그래서 할 일이 없다거나, 아니면 할 일을 제대로 못해서인지. 작금의 사태를 보면 역설적이게도 여가부가 반드시 살아남아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여성혐오를 드러낸다. 여성정치인에게는 비아냥과 희화화로 폄훼한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선수의 짧은 머리스타일에 ‘페미’라며 황당한 공격을 가하고 10대 선수에게는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정치장면에 쥴리도 소환한다. 건강하지 못한 페미니즘으로 갈라치기한다.

몰성(性)적인 말들로 세상을 어지럽힌다. 그 말들을 사회는 받아주고 정치가 이용한다. 배설하듯 말을 뱉어내는 사람들을 향해 김경욱 작가의 말을 빌려 되돌려주고 싶다.

‘나라가 니들 것이니?’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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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21-08-10 13:46:07
지금이 무슨 1960년대인줄 아시나...여성인권을 찾기는 개풀이 한국은 여성인권이 너무 좋아서 탈이구만
ㅇㅇ 2021-08-09 17:32:43
나랏돈이 니들 거임? 아줌마가 별 개소리하고 있네 여가부는 당장 폐지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