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
  • 백순기 前전주시설공단 이사장
  • 승인 2021.08.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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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기 前전주시설공단 이사장
백순기 前전주시설공단 이사장

필자는 40여 년간 공직생활에 몸담은 뒤 정년을 2년 4개월 남겨둔 시점에 명예퇴직을 했다. 이후 기회가 닿아 전주시 출연기관인 전주시설공단 이사장으로 1년 5개월여 동안 덤으로 일하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다른 일을 하겠다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얽매여 살았던 생활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하는 게 옳을 듯하다. 솔직히, 공인으로서 매사 행동을 조심하며 살아왔던 지난 세월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돌아보면, 공직자로 살면서 처신을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과오도 없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오에 대하여 ‘부끄럽게 살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세상을 살면서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필자는 힘들고 험하게 살았어도 결코 부끄럽게 살진 않았다고 나름 자부하고 있다. 물론 나에 대한 안티가 전혀 없진 않을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스스로 걸어온 길을 되돌아 봐도 평범한 공직자로 순탄하게 살아온 것은 아닌 것 같다. 부침과 기복이 적잖았지만 적당히 타협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손을 잡지는 않았다. 속칭 쪽팔리게 살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이렇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특히 간부 공무원을 하면서는 필자에게 가끔씩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라는 지인의 말을 접하곤 했다. 처음에는 ‘이 말이 나를 곡해(曲解) 해석해서 그러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그리 썩 좋진 않았다. 그런데 몇 번 듣다보니 왠지 나의 공직생활에 대해 반성해야 할 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공무원이 어떻게 하면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라고 할까? 곰곰이 따져보니 나쁜 쪽의 얘기라면 직접 말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필자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업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처리해본 일이 없다. 일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새로운 도전도 옳다고 생각되면 거침없이 밀고 나갔다.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어려운 일이라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해결해주는 자세로 일을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안 되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해결해 주는 게 민원에 대한 공무원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공무원들은 왜곡해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의 공직 가치관은 그랬고, 그렇게 실천해왔다고 자부한다. 아마 이런 것이 회자하여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추론해 본다.

물론, 공직을 마무리 한 사람으로서 공조직에 대해 조금은 아쉽고 안타까운 게 있다.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을 접하거나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정답을 찾아보려 했지만 딱히 답을 말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새로운 일을 성공시키려면 우선 ‘성공의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일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무조건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거의 없을 것이란 표현이 옳을 수 있다. ‘실패 없이 성공은 있을 수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실패를 거울삼아 보완하고 또 보완해서 완성하는 게 성공이라고 본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모든 공무원이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새로운 일이 주워지면 일단 선례부터 찾기 시작하고 타 지자체에 사례를 문의하곤 한다. 전례가 없으면 안 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버리는 게 지금의 고질적인 관행인 것 같다. 일을 벌이다 잘못되면 자신만 손해라는 심리가 작용해 맥없이 움츠러드는 것 같다. 어찌보면 당연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사실, 동료들과 함께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면 새로운 일의 처리 방향에 대해 대략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간과하고 무작정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현실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은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해서 머뭇거리고 회피하면 미래도 없다. 과감히 도전하고 개척해야 꿈과 희망이 우리 안에 들어올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어쩌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완벽하게 새로운 길이 다반사일 것이다. 겁먹지 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 꼭 걸어야 할 길이라면 남이 가지 않은 험난한 자갈밭이라도 한번 도전해 보자. “나는 할 수 있다. 안 되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라는 긍정적 사고로 공직자의 소임을 다하고, 새로운 일에 부딪히고, 가보지 않은 길도 가보면 어떨까!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떠한가!

백순기<前전주시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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