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신뢰하는 올바른 ‘공직자상’
국민이 신뢰하는 올바른 ‘공직자상’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1.07.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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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7조 제1항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발전을 위해 공직자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들이 떠올리는 공직자상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 청렴과 공정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개인 일탈로 인한 기강 해이부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는 일까지 공직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되어버렸다.

실제, 최근 전 국민을 분노케 한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와 세종시 공무원 특공 문제를 비롯해 공정위 국장급 간부의 낮술 폭행 사건 등 되풀이되는 기강 해이 문제는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기관의 장들이 현직에 있으면서 정치 참여의 움직임을 보였고, 사임 이후에는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직에 있을 때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과연 재임기간 처리했던 수사나 감사 사건들이 공정했다고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조직의 역할과 국민의 믿음마저 깨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직에 있으면서 공직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분들이 더 큰 직위를 맡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공직사회에 팽배한 모럴 해저드는 복지부동(伏地不動)과 무사안일주의로 귀결된다. 36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필자는 이러한 공직사회의 구조적 행태가 승진과 감사시스템상에서 발생하는 신상필벌의 미작동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고위공직자일수록 정책결정을 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결정장애(決定障碍)가 없어야 하고, 결정한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자세와 의지를 가져야 한다.

대과(大過) 없이 근무기간만 경과하면 승진하고, 열심히 일하면 감사나 불이익을 당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공직사회의 기저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실제, 감사원 등을 통한 공직사회의 외부감시가 강화되면서 대형 프로젝트나 정책사업에 대한 감사가 일상화되었다.

국민을 위해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 업무를 처리한 공무원들이 정작 아마추어 수준의 감사관에게 감사를 받고, 정책감사라며 감사관의 일방적 주장을 강요받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중요 정책사업을 맡지 않으려고 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공무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방향의 감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도전을 원천적으로 막는 감사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런 시스템이 공직사회에 적극 행정이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사원부터 개혁해야 한다. 특히, 감사개시 전 감사 사유 사전 고지 의무화, 감사거부 통지 결정에 대한 감사위원회 의결 등 감사원의 권한 남용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사명감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공직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굴러가야 한다. ‘일하는 공직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이에 필자는 지난 6월 대정부질문에 질문자로 나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아 복지부동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지적했다. 나아가 공직사회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일하는 공직사회’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이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왔던 주요 국정과제들의 성과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렇기에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직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적 뒷받침을 게을리해서도 안된다.

국민의 신뢰는 공직자로서의 역할과 본분을 다할 때 얻어질 수 있으며, 공직자의 업무처리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만 한다.

모럴 해저드와 복지부동으로 점철됐던 지난 과거를 탈피해 국민의 봉사자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도 관심을 기울이자.

윤준병<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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