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합리적 저수지 물관리
장마철 합리적 저수지 물관리
  • 김현수 전북대 교수
  • 승인 2021.07.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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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계절풍 기후대에 속해있다. 계절풍 기후의 가장 큰 특성은 비가 일 년 동안 고르게 내리지 않고, 여름철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연간 강우량은 1300 ~ 1500mm 정도가 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7월과 8월의 장마철에 집중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동고서저의 지형을 이루고 있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물이 하천을 따라 빠르게 흘러서 바다로 유실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두 달 동안에 내린 빗물을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가 일년 동안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계절풍 기후대에 속해있는 지역에서 물을 가두어 관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강을 막아 댐을 건설하여 저수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무수히 많은 저수지가 존재하는데, 국내에 존재하는 호수 중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수지가 약 19,000개소에 이르는 반면, 자연적으로 형성된 호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 많은 저수지에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물을 내보내기도, 가두기도 함으로써 우리는 물에 대한 걱정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되는 것이다.

국내 저수지의 물관리 방식은 매년 일정한 패턴을 보여왔다. 용수 공급은 다양한 용처의 계절적 요구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여 내보내는데,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이전에는 공통적으로 방류를 통해 댐 수위를 낮추는 작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를 통해, 장마철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빗물을 가두어 놓을 수 있는 여유공간을 미리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장마철 전후의 댐 물관리는 사실 간단한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을 방류하게 되면 하류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이를 막기위해 너무 많은 물을 가두어 놓으면 상류 지역이 역으로 침수 피해를 입게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물그릇을 비워놓음으로써 장마철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게 된다.

이러한 저수지 관리 방법은 오랫동안 지속하여 왔는데, 여기에 변화를 초래한 것이 바로 2015년에 온 국민을 괴롭혔던 심한 가뭄현상이다. 어느덧 6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심한 장마로 인해 전국적으로 저수지들이 바닥을 드러냈던 2015년 여름을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극심한 장마를 경험한 후, 댐 관리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즉, 이전보다 저수지들의 수위를 높게 유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보면 극심한 장마를 겪은 이후에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여기서 장마 전 댐 관리의 어려움이 나타난다.

장마 직전, 또는 한동안 지속되는 장마 기간에 어디까지 물그릇을 비워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사실 개념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실무적으로는 그렇게 녹녹한 일이 아니다. 장마가 얼마동안 지속될지 알 수가 없으며, 한 해의 장마철에 얼마나 많은 집중강우 현상이 일어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마 예측의 어려움은 점점 증가하는 기후의 변동성에도 기인한다. 2015년 가뭄이 발생한 이후 2019년까지 홀수 해에는 가뭄이, 짝수 해에는 정상적인 강우 패턴이 나타나다가, 작년에는 전례없이 길고 강한 장마철을 경험한 데에서도 기후 변동성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수년간 가뭄이 주로 발생했던 상황에서, 작년에 갑자기 발생한 강한 장마는 여러 피해를 초래했고, 이 중 용담댐과 섬진강댐 방류로 인한 피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올해에도 이달 초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작년과 같은 피해가 다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했는데,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내린 비는 정체상태에 있고 대체 장마가 끝난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장마의 변동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작년과 같은 피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동안 많은 고려를 통해서 댐 관리가 이루어져 왔겠지만, 어쨌든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다각적인 방향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장마가 이대로 끝난다면 수해에 대한 걱정은 없겠지만, 커져가는 변동성 앞에서 현명한 대처를 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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