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첫마중길 이대론 안 된다
전주 첫마중길 이대론 안 된다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 승인 2021.07.12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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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역 앞 ‘첫마중길’은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논쟁이 완전 끝난 것은 아니다. 2015년 전주역에서 평화동사거리까지 중앙녹지공간을 제외한 8차선 백제대로 중 전주역~명주골(대자인병원)사거리까지 850m를 양쪽 2차선씩 남기고 중앙 3차선 공간을 녹지지대와 보행공간으로 바꿨다. 더욱이 도로유형을 곡선형으로 바꿔 차량들의 주행속도를 인위적으로 낮췄다.

당시, 시민들 사이에서는 ‘미친 짓(?)’이라고까지 비판했다. 교통체증 유발과 운전자 불편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이듬해인 2016년 4월 빗발치는 시민들의 비난에도 첫마중길 조성공사에 착수했다. 2017년 12월 ‘생태문화거리’로 변신시켰다. 시는 첫마중길 조성사업은 쇠퇴한 지역의 도시재생 일환이라고도 당시 설명했다.

조성 목적은 관광과 문화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역개발정책 일환으로 전주역 기차에서 내려 전주를 찾는 많은 관광객이 전주시에 도착하여 처음 마주하게 되는 ‘첫마중길’은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전주시의 이미지와 추억을 제공하기 위함에서였다. 삭막한 콘크리트 도로가 ‘명품 가로숲길’로 바뀌었다.

첫마중길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도로로 평가받았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한국도로협회가 주관한 ‘제2회 안심도로 공모전’에서 운영부문 대상과 계획부문 최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하지만, 첫마중길은 현재의 상태로는 안 된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흡인요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민과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접목시켜야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주 ‘첫마중길’은 형태로 보면 스페인 바로셀로나 ‘람브란스거리(La Rambla)’와 비슷하다. 람브란스거리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 동상이 있는 지중해 해변부터 가우디 구엘저택과 가우디아파트가 있는 까딸루나광장까지 도로 중앙공간에 녹지를 조성하고 연중 주야로 거리화가, 행위예술이 펼쳐지고 있다. 19세기에 조성된 이후 세계적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거리 양옆에는 카페와 기념품샵 등이 자리잡아 시민과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성수기에는 인파가 넘쳐나는 곳이다.

전주 첫마중길과 바로셀로나 람브란스거리의 차이점은 문화와 예술의 차이가 크다. 형태는 비슷할지 몰라도 문화와 예술면에서는 첫마중길이 갖춰 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전주시는 람브란스거리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람브란스거리는 한국의 문화관광재단 성격의 단체가 관리·운영하고 있다. 거리마다 구간을 설정해 전세계 화가와 행위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선정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오디션에 참가하는 예술가들은 넘쳐난다. 그 이유는 높은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유럽 예술가들까지 람브란스거리 예술가가 되기 위해 오디션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필자는 도로명칭 공모를 통해 전주의 고품격 문화예술공간을 담아낼 수 있는 후속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거리화가와 행위예술, 버스킹 등이 연중 이뤄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단체와 상생협력체계를 갖추길 주문하다. 아무리 좋은 공간을 조성해도 문화예술과 결합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첫마중길에 문화예술을 접목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거리공연과 화가들의 작업이 가능하도록 조명과 전기공급선 등 인프라 구축, 예술가 선정 등을 통해 사계절형 문화예술생태거리로 업그레이드시켜 한다. 필요하다면 람브란스거리의 선진사례를 공부해오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한옥마을 활성화정책때 사용한 것처럼 예술적 카페공간 등으로 경관조성공사를 희망하는 첫마중길 양옆 상가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검토하면 어떨까. 또 미술인과 건축가간 콜라보를 통한 경관조성사업도 생각해봄직 하다. 세계 선진도시들이 도시경관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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