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혼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꿈은 혼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 백순기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 승인 2021.06.30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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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에 입문하면 그저 안정된 직장에 들어와 평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안주와 자족에 취해 목표와 꿈을 상실하는 사례를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직 생활에 반드시 꿈은 있어야 한다. 꿈은 꾸는 사람에게만 이루어진다. 꿈을 현실로 빚어내려면 우선 직장동료와 함께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꿈은 열정과 소명의식을 에너지 삼아 크기 때문이다.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은 누구든 혼자 성공할 수 없고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지원과 도움을 받지 않고선 내가 꾸는 꿈을 이룰 수 없다. 독불장군이 성공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공직자의 꿈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열심히 일해 승진하고, 승진을 통해 자신이 소망하는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그 또한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공직자로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일들만 고집한다면 많은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수 있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만큼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입장을 바꿔 고민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일을 처리하면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꿈은 장대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꿈은 굳이 원대하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꿈은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본인이 “이 정도면 됐다”고 만족할 때 성취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공직자로서의 소박한 꿈이 이뤄지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꿈을 한번 이뤄보면 어떨까?

사람들은 흔히 “꿈을 꾼다고 모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로, 모두의 꿈과 희망이 성취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아마 이 세상이 요지경 속으로 변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한다면 더 큰 문제이다. 모두 이룰 수 없다고 해서 아예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인생의 자포자기와 같다. 삶의 가치를 상실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잘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꼭 실력이나 배경이 꿈을 이룰 도구는 아니다. 시대에 맞게 현 위치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일이 곧 꿈을 꾸고 성취해가는 필수 방정식이다. 학생 신분이라면 체험이나 경험을 축적해 가면서 열심히 공부해 실력을 갖추는 일이 꿈의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현실을 망각한 채 본인이 처해있는 상황도 인식하지 못하고 원대한 꿈만 이루려 한다면 그 꿈은 백일몽(白日夢), 밝은 대낮의 잠꼬대로 전락할 것이다. 허공의 메아리처럼 공허할 뿐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아장아장 걸음마 단계를 거쳐야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 ‘서투른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가 없고, 남들보다 부유하지 않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도 없다. 성공은 성적이나 재산 순(順)이 아니다. 내가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처음 공직에 입문했을 때 어린 나의 눈에는 상사들의 절제된 행동과 해박한 지식이 거목(巨木)처럼 느껴졌다. 아아, 나는 저렇게 저 위치에 갈 수 있을까? 흡사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너무 높아 보였다. 그때는 그저 우상일 뿐이었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저보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해 봐야지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퇴직한 지금, 그 당시를 되돌아보니 나의 가치관과 인간관계의 신의가 밑바탕이 돼 꿈이 탱글탱글 영글어 갔던 것 같다.

꿈은 꾼다고 해서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원대한 꿈을 꾸며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라고 하지 않았던가. 설혹 그렇지 않다 해도, 최소한 꿈의 근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공직생활 40여 년을 반추하면 수많은 희비(喜悲)와 고락(苦樂)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꿋꿋이 주어진 일을 열심히 처리하고, 주변동료와 선후배들과 소통하며 함께 했기에 큰 과오 없이 퇴직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감히 얘기해 본다. 무슨 일이든 두려워하지 말자.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나는 할 수 있다” “안 되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라는 생각으로 앞으로 전진 하면 그것보다 더 좋은 무기는 없을 것이다. 모르면 물어보고 아는 것은 가르쳐 주고, 혼자서 하기보다 함께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고 희망했던 꿈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한다면, 꿈을 향해 한 발씩 내 디딜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주는 모태는 바로 가족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학창시절을 거쳐 사회 초년병 시절까지는 부모님과 형제의 지원과 응원이 있기 마련이다. 이후에 결혼하고 아들딸을 낳아 가정을 꾸리게 되면 가장이라는 책임과 무게가 삶의 전쟁터에서 생존하게 만드는 에너지원이 된다. 가족의 후원에 힘을 얻어 위기와 난관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 전진하게 된다. 가족이 즉 꿈의 원동력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꿈은 완성됐다고 볼 수 있을까? 누구나 이렇게 자문(自問)할 수 있다. 살다보면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꿈이 안 이루어졌다고 실망하거나 낙담을 하면 힘들어진다. 함께했던 사람들과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되면 꿈은 내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고, 그 삶에 만족한다면 자신의 꿈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신은 살아온 삶에 만족하십니까?

백순기<전주시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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