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에 빠진 한국
몰카에 빠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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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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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이 개울가에서 젖가슴을 드러낸 채 머리를 감고 있는 광경을 바위 뒤에 숨어서 훔쳐보는 젊은 스님들. 신윤복의 작품 ‘단오도’다.

▼ 단옷날 그네 놀이 차 나온 동네 아낙들의 단오 풍경 그림이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것은 한쪽 모퉁이에 조그맣게 그려진 여인의 목욕 장면을 몰래 훔쳐보는 스님들의 모습이다. 인간의 관음 본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관음증은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특수한 심리 증세라고 한다.

▼ 인간 누구에게나 차이는 있어도 가지고 있는 심리 상태라고 한다. 인간의 관음증이라는 본성과 함께 기술도 발전도 거듭해오고 있다. 카메라가 발명된 후 VCR, 인터넷, SNS를 이용한 음란물 유통.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초소형 몰카 장비까지 인간의 관음 본성을 충족(?)시키는 첨단장비가 차량 열쇠에서 시계 등 다양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 문제는 이러한 장비를 어렵잖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는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 등에 줄지어 들어선 상가 유리문에는 ‘몰카’ ‘도청’ ‘위치추적’ 장비를 판매한다는 홍보 문구를 붙여 드러내놓고 장비를 팔기도 했다. 최근 5년 새 3배나 급증한 몰카범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 억눌린 성적 욕망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될 경우 몰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범죄 분석이다. 최근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한국만 꼭 집어 디지털 성범죄 즉 몰카 피해실태 등을 2년간 추적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한국은 性 불평등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고 지적했다. IT 강국으로서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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