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에서 쓰러지는 우리의 또 다른 엄마
학교 급식실에서 쓰러지는 우리의 또 다른 엄마
  • 서거석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
  • 승인 2021.06.20 15: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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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석 前전북대 총장
서거석 前전북대 총장

 학교 급식실에서 우리의 또 다른 엄마들이 쓰러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경기도 한 학교의 조리실무사가 폐암으로 사망하였는데 올해 4월에서야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판정을 받았다. 이번 달에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고등학교 조리종사자 휴게실 벽에 붙어 있던 옷장이 떨어져 조리종사자의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운 교육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학교의 교육공무직종이 확대되고 인원도 늘어나고 있다. 도내 교육공무직종 가운데 급식지원직종이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2월 기준 도내 775개 학교에서 2,200여명의 급식인력이 1일 평균 21만명 학생의 급식을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급식제도는 2003년 초·중·고교 전면 급식을 시작으로 2006년 학교급식법 개정 등 여러 차례 바뀌었다. 하지만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반면, 노동 강도는 더 높아졌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문제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조리과정에서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조리중 발생한 연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조리중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부의 ‘학교급식 위생관리지침’을 보면 환기시설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급기·배기장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많은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어떤 직종보다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2019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1주일 이상 근골격계 통증이 지속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노동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선박 제조업종 노동자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학생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와 같이 원래 식수인원 자체가 많은 곳은 그 고충이 더 심각하다. 학교급식노동자 대부분이 40~50대 중년 여성임을 감안할 때, 아무리 생업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건강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학교급식노동자의 근무환경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급식실의 안전관리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교육감이 책임져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 도교육청 관련부서 역시 형식적인 행정에 그치지 말고 학교급식노동자 안전관리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한 학교 급식실의 조리환경 및 공기질에 대한 평가와 명확한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급식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특수건강진단 등의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학교급식노동자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근골격계 질환 대상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급식노동자 1인당 급식인원수가 많은 학교나 1일 3식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에 대한 인력충원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급식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하여 휴게공간 면적과 휴게실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비좁거나 노후화된 휴게실을 현대화해야 한다.

 아이들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들이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면에는 학교급식노동자들의 땀과 수고로움, 그리고 그들의 헌신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의 또 다른 엄마이기 때문이다.

 서거석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前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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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revolution 2021-11-22 15:40:14
서거석 후보를 지지합니다
오세환 2021-06-23 08:30:21
좋은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