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현상’과 전북의 미래
‘이준석 현상’과 전북의 미래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6.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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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젊으시네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주 듣던 소리다. 친구가 어려보인다고 말해주면 기분이 좋겠지만, 의뢰인들의 경우에는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종은 ‘나이=경험=실력’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 입장에서는 적당히 연륜이 배어 있으면서도 활력이 있는 변호사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젊어 보인다’는 말은 실력과 경험에 대한 의구심으로 들린다. 하지만 어언 법조 경력 10년차에 가까워지고, 불혹의 나이가 되면서 급속히 진행된 노화 덕분(?)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요즘에는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 어려워졌다.

업무적인 측면은 논외로 하면 노화는 슬픈 일이다. 젊어서는 밤새워 일을 해도 잠깐 눈을 붙이면 금방 생생해졌지만, 이젠 며칠 동안 비몽사몽이다. 상처도 쉽게 아물지 않고 머리칼도 듬성해진다. 좋은 화장품을 써도 피부는 푸석하다. 밤늦게 야식을 먹거나 과음하는 일이 두려워진다. 영원할 것만 같던 젊음이 점점 뒤안길로 사라지는 느낌에 우울증도 온다. ‘중년의 위기’다.

신체적 변화보다 정신적인 태도도 달라진다.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한다. 관행에 집착하고 미래보다 과거를 자주 되돌아본다. 요샛말로 ‘아재’, 심한 말로 ‘꼰대’가 된다. 농경사회에서 경험은 창의성보다 중요했다. 별자리와 절기의 변화,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를 가진 씨족의 원로는 대우를 받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다르다. 경험보다 명석함이, 숙고보다 결단이, 신중함보다 담대함이 미덕이 된다.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의 지식과 정보를 몇 초 만에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엔 더욱 그렇다.

한편 노화는 종(species)의 진화와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는 가설이 있다. 얼핏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가설이다. 오래 살수록 개체에게 좋은 것이지만, 종의 관점에서는 오래 살기 위해 들이는 에너지를 번식에 투자하여 자손을 많이 남기는 것이 존속을 위해 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세대교체’란 말처럼, 사회학적으로도 늙은 사람보다 젊은이들의 사회진출이 사회의 활력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 정도와 시기가 문제지만 말이다.

몇 일전 제1야당 대표로 36살의 청년 이준석이 선출됐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30대 당대표가 선출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평가된다. ‘후무’할지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기성 정치권은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첫 일정으로 대전현충원과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 희생자 합동 분양소도 찾았다. 선거과정에서 당원들에게 홍보 문자메시지 한통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도 화제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파격도 보여줬다. 대한민국에서 종사자(?)의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정치권에서 이준석 현상이 보여줄 미래가 흥미로운 이유다.

전북 5곳 시·군이 30년 안에 ‘인구 소멸지역’이 될 것이란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있었다(전북도민일보 2017. 7. 11. 기사 참조).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주와 군산, 익산 등을 제외한 10개 시군이 30년 안에 거주 인구가 한 명도 없는 곳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사라져가는 현실 앞에서 젊은 정치인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젊고 혁신적인 인물이 전북정치에 활력을 주었으면 한다. 언제까지 당 간판만 내걸고 안주하는 노회한 사람들을 전북 정치의 대표로 보아야 하는가. 이준석 현상이 정체된 전북 정치권에도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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