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변동성에 대한 대비
장마철 변동성에 대한 대비
  • 김현수 전북대 교수
  • 승인 2021.06.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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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부에서 우리나라를 홍보하면서 사용했던 용어가 “Dynamic Korea” 였는데, 올해도 변함없이 여러 측면에서 우리 국민은 매우 역동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비교적 큰 변화가 없는 전라북도에서도 역동적인 사건이 있었다면 아마도 용담호 물 배분을 포함한 물 관련 이슈들이란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육지에 존재하는 물의 순환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소는 비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지표면을 따라 흘러 하천으로 유입되고, 작은 하천이 모여 큰 강이 되었다가 결국에는 지구상의 가장 큰물 저장소인 바다로 흘러가게 된다. 지표면에서 물이 얼마나 빠르게 순환하느냐는 결국 얼마나 강한 비가 어느 정도의 기간에 집중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계절풍 기후대에 속하고 있어 1년에 내리는 비의 절반 가까운 양이 장마철이 포함되어 있는 여름 한 철에 집중된다. 그런데 이 역동적인 국가에서 최근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이 여름철 장맛비의 양이다.

최근 준비하고 있는 전라북도의 한 저수지 관련 논문에 사용하기 위해 그 저수지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과거 20년간 강수량 자료를 조사한 바 있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해 본 결과, 지난 20년간 전라북도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약 1,400mm 정도였는데, 평균값으로부터 표준편차를 벗어나는 많은 비가 내린 해, 즉 풍수년이 4년이었고, 반대의 경우인 갈수년이 4년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20년 평균과 풍수년 및 갈수년의 평균 월별 강수량을 비교해 본 결과, 1월에서 6월까지, 그리고 10월에서 12월까지는 강수량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한 해가 풍수년인지 갈수년인지는 장마철이 포함된 7월에서 9월까지 얼마나 많은 비가 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인데, 실제로 풍수년의 경우에는 특히 7, 8월에 평균 500mm 이상의 비가 내렸고, 갈수년에는 200mm 이하의 비가 내렸다.

최근 발생했던 여름철 장마의 역동적 변화는 재난적 상황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2015년에는 장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적은 양의 비가 내려 국내 대부분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고, 온 국민이 목마른 한 해를 보낸 적이 있다. 반대로 작년에는 한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비를 내렸던 매우 긴 장마를 경험하였다. 두 달 가까이 지속된 장마는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고, 집중 호우로 인한 여러 피해를 초래했다. 그중에서도 용담댐과 섬진강댐 방류로 인한 하류 주민들의 침수 피해에 대한 보상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 이렇게 역동적 행태를 보여왔던 장마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6월 20일경에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 하는데, 올해는 기상청조차 장마 기간 예보를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작년에 건조한 여름을 예보했다가 크게 빗나갔던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변화가 심한 여름철 장마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정적 수자원의 확보와 공급이라는 용어가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불행하게도 자연은 우리에게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 것 같다. 심한 가뭄을 경험했기 때문에 저수지의 물을 충분히 가둬놓으면 엄청난 양의 폭우를 쏟아 부어서 허겁지겁 방류를 하도록 만들고, 반대의 경우로 인해 물그릇을 일부 비워 여유를 두면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여 수자원의 고갈을 초래하기도 하니 말이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올여름 장마라는 크나큰 불확실성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댐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수자원공사를 포함한 유관기관 및 자치단체들은 좀 더 긴밀히 협조하여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조체계에는 공적 기관들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고, 지역 주민을 포함하는 민간 거버넌스의 협조 또한 필수적이다. 작년 댐 방류문제 발생 이후 일부 보도에 의하면 양식업 등을 하는 하류 주민들의 민원으로 제때 물그릇을 비우지 못했다고 하니 말이다.

오늘 TV 뉴스에서는 봄철 많은 강수량과 저온 현상으로 인해 양봉업이 위기라는 보도를 하면서 기후변화 탓을 했는데, 그게 어느 한 방향으로 발생하는 실제 변화인지 여부를 떠나 최근에 기후현상의 변동성이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20년 강우량 변화에서도 풍수년과 갈수년이 기록된 것은 대부분 2010년 이후였다. 재난적 상황을 발생시킬 수도 있는 장마철을 앞둔 상황에서 모두가 협조하여 올해에는 무탈한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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