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교육으로 금융지성을 기르자
금융교육으로 금융지성을 기르자
  • 장기요 농협은행 전북본부장
  • 승인 2021.06.0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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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과잉유동성, 고용불안정, 자산가격 급등이 겹쳐 전례 없는 규모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진입하고 ‘영끌’을 통한 부동산 투자 등 그 어느 때보다 금융 및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불릴 마땅한 방법이 없다 보니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재테크에 여념이 없다. 그러한 영향인지 올해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금융이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미 있는 것은 2년 전 같은 조사 때보다 총점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반면, 중고생 10명중 7명(68%)은“은행에서 파는 금융상품은 전부 원금이 보장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정기예금과 적금의 차이를“모른다”는 학생이 65%에 달하는 등 여전히 금융 이해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학개미,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지난해 우리나라 주식투자자수는 900만명을 넘어섰지만, 우리아이들은 금융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금융을 정규과목으로 정해 가르치고 있는 금융선진국에 크게 뒤지는 상황이다.

돈을 추구하는 것을 천시하고 청빈(淸貧)을 미덕으로 삼아온 사회풍토 때문일까?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교육열 수준을 자랑하지만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와 문화 속에서 그동안 「돈과 금융」에 대한 교육은 가정과 학교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경우를 글자를 못 읽는 문맹에 빗대어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으로 부르는데, 금융교육 부재에서 기인한 젊은이들의 ‘금융문맹’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

저금리, 저상장으로 자산관리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제로이코노미시대를 맞아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제대로 된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금융 및 투자의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금융 리터러시(literacy·이해력)’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4차례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하였다. 문자를 배워 세상과 소통하고 사회적으로 성장해가듯, 금융지식의 습득을 통해 필수적인 금융활동을 영위하고 사회적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자녀들의 금융교육에 관심을 갖고 많은 투자를 시작해야만 한다. 금융교육은 시장경제에서 선택의 자유에 따른 책임을 알게 해주는 교육이며, 한 개인이 인생 전체를 조망하며 경제적 관점에서 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들에게 시장에서 거래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치르고 목돈을 쥐어주며 직접 투자를 하도록 만든다. 이런 교육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금융시장의 변화를 읽고 올바른 투자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유대인이 전 세계의 0.2%에 불과한 인구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65%, 포천지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 소유주의 40%, 세계적 백만장자 20%를 배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필자의 직장에서도 ‘NH행복채움 금융교실’을 통해 초·중·고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바르게 쓰고 바르게 투자하는 금융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자유학기제의 시행에 맞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청소년 금융교육 및 진로체험을 위한 ‘청소년 금융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더 이상 우리의 자녀들이 돈과 금융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이 사회에 내던져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이 조기교육을 통해 금융과 친숙해지고, 돈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정립해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장기요 농협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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