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은 청년의 표징(表徵)인가
이대남은 청년의 표징(表徵)인가
  •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 승인 2021.06.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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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재보궐선거 이후 청년층 특히 ‘이대남’으로 명명된 20대 남성들의 정치적 효용가치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의 오세훈시장 지지율이 72.5%였다는 선거결과에 따른 현상이다. 이대남의 파워를 증명하듯 다양한 매체들에서 줄기차게 다루어지고 확증편향의 해석들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당일 출구조사결과일 뿐 20대 남성들의 투표율조차 분석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호들갑스러움은 표심의 본질과는 먼 착시는 아닐지 궁금하기도 하다.

정치권도 본격적으로 논의의 중심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정치가 청년들을 선거철에만 동원했지 삶에 도움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성찰인지 여야를 막론하고 이대남 잡기에 나섰다. 목소리를 듣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이대남의 불만이 군대문제인 것처럼 해석해 군가산점제 부활과 여성징병제를 들고 나왔다. 병역에서도 성평등을 구현하자는 논리라지만 청년남성들의 표를 쉽게 모아보자는 심산으로 보인다. 청년들에게 군대란 권력층 자녀들의 면제나 꽃보직으로 배정되는 특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군대 내 인권상황의 심각성이었지 여성들이 군대 가지 않아서 발생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청년 남성들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정서를 자극해 잘못된 군대문제의 화살을 여성에게 돌려 젠더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읽힌다. 차별과 폭력이 용인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군대가 변한 것도 없이 여성을 징집해놓고서 그 안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참 게으른 발상이다.

취업전선은 좁은 문이다. 높은 대학진학률은 과잉자격세대를 양산해냈고 자격은 갖추었지만 취업시장의 진입은 더 어려워졌다. 기업들은 수익을 위해 신규채용을 줄이고 부족한 인력은 비정규직으로 충당한다. 여기에다 똬리 틀고 있는 기득권층의 품앗이로 자녀의 스펙쌓기나 청탁취업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개천에서 용이 났던 얘기는 전설일 뿐이다.

주택문제는 어떠한가. 불법과 편법으로 몰려다니면서 투기꾼들은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았고 개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들은 땅 투기로 떼돈을 벌고 있다. 청년들은 어렵게 취업시장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집 한 채 마련하기도 버겁다.

지금 청년세대가 원하는 것은 일자리와 주거, 복지 등일 것이다. 이를 제대로 직시한다면 이대남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 전반의 문제로 성찰되어야 한다. 대학생, 비대학생, 취준생, 정규직, 비정규직, 남성, 여성 등 모두가 포함되어야 한다.

세대란 시대적 사건이나 문화경험을 공유하면서 개인이 갖는 젠더, 지역, 계층, 학력, 성장환경이라는 요인들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대남이라는 정치적 수사가 청년층으로 과대표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분노, 혐오, 경멸의 감정을 투사하려는 시도들이다. 특히 젠더를 전면에 내세워 가장 공격하기 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

오늘도 이준석바람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이대남 돌풍에 안착한 청년정치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지만 염려가 더 크다. 그가 문제의 본질을 다루고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도발로 주목을 받는 프로보커터(provocateur)의 역할에 충실했던 전적 때문이다. 자극적인 선동으로 진영을 갈라쳐 논쟁을 증폭시키고 젠더갈등의 중심에 섰던 정치인 이준석이 청년의 대변자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지?

국민의힘 당대표가 거의 확실시 되는 그가 리틀꼰대가 아니 되길 바랄 뿐이다.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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