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원로작가 초대전 ‘꽃 창살 앞에 핀 망초’
이승우 원로작가 초대전 ‘꽃 창살 앞에 핀 망초’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4.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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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울림 주는 인생그림
이승우, 꽃 창살로부터 3, 53.0x40.9cm, 캔버스 위에 수성안료

 군산근대미술관(관장 김중규)은 20일부터 7월 25일까지 서양화가 이승우 화백 초대전을 개최한다.

 이승우 화백은 고희를 넘겨서도 초지일관 작업에만 전념하는 모습으로 지역화단에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는 작가다.

 전문성과 유머를 겸비한 이야기꾼인데다 넓고 깊은 문학적 소양과 예리한 감성으로 흐르듯 써 내려가는 평론으로 전북화단에서 할 말은 하는 작가로 통한다. 젊은 날에는 북한강 대성리 등 여러 곳에서 설치 작가로 활동하고, 미술이 무엇이고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 사람 드문 산사에서 2년여 이론 공부에만 매진하기도 했던 지난 시간을 성찰해보면 그의 대쪽같은 성품이 이해가 간다. 지난해에만 네 번의 기획 초대전으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등 매번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그 열정과 집중력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승우, 망초의 계절 1, 130.3x97.0cm, 캔버스 위에 수성안료
이승우, 망초의 계절 1, 130.3x97.0cm, 캔버스 위에 수성안료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불타오르는 작업에 대한 열정과 투혼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인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과 함께 힌 미술가의 인생이 다가온다.

 1980~90년대에 선보인 ‘그림자 시리즈’는 장지나 캔버스에 갈색을 바르고 마른 후에 더 어두운 색을 칠하고, 구겨진 종이로 찍어내는 기법으로 그림자를 통해 시원적인 원형을 추적해 가는 작업이다.

 또한 재현회화에 대한 반동과 풍자를 곁들인 ‘이내 사라질 당신의 초상’도 보여준다. 주변의 물체를 모두 담고, 인간에게는 자기 정체성을 고양하는 거울 위에 인간 형상을 매직펜으로 가볍게 드로잉해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진다는 철학적 고백이 짙게 배어있는 작품이다.

 2000년대 들어서 선보이기 시작한 ‘꽃 창살로부터’는 개인과 사회, 성스러움과 세속의 엄숙한 경계를 가르면서 치장한 꽃살문을 탐구해 보인 작품이다. 이 화백은 종이테이프로 격자를 만들고, 그 위에 칠하고, 떼어내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흔적들을 녹여낸다.

이승우, 모여살기,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이승우, 모여살기,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최근에는 꽃 창살의 이미지 위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홀로 자라서 꽃을 피우는 망초를 교차시키고 있다. 메마른 대지를 딛고, 폭염 속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는 망초들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너무나 흔해서 스쳐 지나치는 망초를 낯설게 느껴지도록 제시한 그의 화폭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 화백은 “최근 10여 년 동안에 잠을 줄이고 작가 생활도 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에게 원로라 불리고 있는데, 나는 이 원로란 말이 죽음 다음으로 싫다”며 “아직 미술학도에 불과한 청춘을 원로라는 이름으로 폐기 처리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다만 오늘도 즐겁게 일을 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군산 대야면 출생으로 원광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미술협회 군산지부장을 역임했다. 개인전 33회, 단체전 500여 회, 전북예술상 등을 받았다. 서울대·인하대·군산대 등에서 30여 년간 출강했다. 저서에 ‘미술을 찾아서’, ‘색채학’, ‘아동미술’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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