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프로그램 중단에, 일자리도 없어요” 코로나 사각 이주여성 관리대책 절실
“지원 프로그램 중단에, 일자리도 없어요” 코로나 사각 이주여성 관리대책 절실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1.04.15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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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진 이후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이 중단됐고, 일자리도 마땅히 구하기 어려워졌어요.”

전주에 거주하는 베트남 이주여성 A(31) 씨는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이혼 후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A 씨는 “초등학생 딸과 아들이 있는데 딸은 벌써 사춘기에 접어들어 대화하기가 어렵고, 아들은 폭력성을 보여 학교에 여러 번 불려간 적이 있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따로 일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 있는 동안 지원받을 수 있는 교육·여가 프로그램을 문의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모두 중단됐다는 답변만 듣게 됐다.

친구도 따로 없는 A 씨는 “코로나 이후에는 거의 하루종일 집에 있다”며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는 누구와도 대화할 일이 없다”고 했다.

이주 여성들은 대부분 각 시·군 다문화가족지원서비스센터 등을 통해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도내 이주여성 70~80%는 센터 내에서 교육을 받거나 가정방문을 요청해 각종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가정방문은 중단됐고 각종 프로그램들은 온·오프라인으로 전환되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도내 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시군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주는 코로나 사태로 방문교육을 실시하거나 중단한 지 6개월 정도 됐고, 프로그램은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2천500여 명의 이주여성을 집집마다 방문해 정기적으로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A 씨는 그나마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이주여성들은 궁금한 사안을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힘든 처지다. 이주여성들은 단계별로 한국어 교육을 지원받는데 개인마다 언어습득능력이 달라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도 관계자는 “이주여성 지원 서비스 매우 다양하지만 각 사업마다 지원 기한은 있기 마련”이라며 “수요자에 맞게 단계별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찾아가서 지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도내 이주여성들의 증가세(2012년 1월 8천648명 → 2019년 11월 1만1천595명) 속에 관리 사각에 놓인 이주여성은 늘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주여성들의 가정 내 문제는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전라북도 다문화가족 복지향상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후 ‘최근 1년간 남편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 비율’은 9.3%로 2019년보다 8.4%가 올랐다. 상담 사례도 부부 갈등, 고부 갈등 등 가정 내 문제가 빈번해진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한국 남편들도 배우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내 한 이주여성 상담 전문가는 “이주여성에게만 빠른 정착을 강요할 게 아니라 한국 남편들도 배우자의 모국 언어, 문화권을 이해하는 교육을 ‘권고’가 아닌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해야 가정 내 폭력이나 다툼이 실질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비슷한 성격의 이주여성 지원 기관만 늘릴 게 아니라 기존 시설에 인력을 더 확충해 지속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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