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논두렁에 불을 피우지 맙시다.”
“농업인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논두렁에 불을 피우지 맙시다.”
  • 오성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 승인 2021.03.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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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TV를 보다 보면 좋은 점이 채널이 많다는 것과 공중파에서는 더 이상 보기 힘든, 의도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그 중 한 프로그램이 드라마 ‘전원일기’입니다. 전원일기는 대한민국 TV 드라마 사상 최장수 작품으로, 1980년 10월 21일부터 2002년 12월 29일까지 총 1,088회에 걸쳐 방영된 역대 최장수 드라마로 많은 분들이 시청했던 명작입니다. 색소폰으로 연주되는 오프닝 음악도 참으로 친숙해서 듣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고 제목 그대로 전원에서의 생활이 눈앞에 떠오르는 듯합니다.  
 오프닝 음악이 나가는 중 기억나는 대표적인 장면이 논두렁에서 불을 피우는 장면입니다. 해충이나 쥐 등에 대한 방제시스템이 부족했던 예전에는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불을 놓아 해충과 쥐의 서식처를 태워 피해를 줄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기원된 놀이가 쥐불놀이구요. 그러다 보니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것은 농촌의 연례행사가 되었고 농촌을 떠 올리는 풍경 중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우는 것은 해충 방제에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농사에 도움을 주는 천적 곤충류에 대한 피해가 크다고 하네요. 수치로 봐도 명확한데 해충류는 11%가 방제되지만 천적 곤충류는 무려 89%나 감소한다고 합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운다는 속담에 해당되는 일이 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또한 논·밭두렁을 태우는 것은 대기 중에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목격되는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은 중국 등에서 넘어오는 것들입니다. 거기에 노후된 경유차량이나 사업장 등에서 발생된 미세먼지가 그 다음을 잇는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논·밭두렁을 태우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역효과만 발생하는 논밭 불 놓기는 이젠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고춧대나 깻단, 과수 전정가지 등 영농부산물도 소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확 후 남은 영농부산물을 수거하여 퇴비화하거나 로터리 처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폐기물 관리법상 지자체에서 정하는 장소 외에서 소각하는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하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영농부산물로 퇴비를 만들어 농작물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농업의 또 다른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농업인들의 이런 선한 행동들이 하나둘씩 쌓여갈 때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국민들도 인정해 주고 생명을 살리는 농업의 본질적 기능도 살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다시 전원일기를 제작한다면 어떤 분이 김회장님을 맡고, 어떤 분이 일용엄니를 맡으실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음악으로 드라마의 시작을 알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시작화면은 어쨌든 예전의 논밭을 태우는 화면은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있는 아름다운 농촌의 풍경이 그 화면을 차지할 겁니다. 그런 풍경이 될 수 있도록 농업인분들께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논·밭두렁, 고춧대·깻단 등은 더 이상 태우지 말아주세요!

  

 오성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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