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예술은 위기를 넘어 절망이다
전북 예술은 위기를 넘어 절망이다
  •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 승인 2021.01.31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예술은 삶의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에너지 자체라고 일러 왔다. 인간의 삶에서 예술 부문을 빼고서는 인생이 무미건조하고 소위 고부가가치 창출은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정서적 인간이니 감성적 인간이니 하는 경역에서 그 아름다운 파장은 폐쇄되고 만다. 인류가 시작된 호모 사피엔스 출발점에서 예술적 인간의 특질이 부차적 예속적 변인으로 따라왔던 부문이 아니고 오히려 한가운데 핵이 되었던 것이다. 사람의 생애 3분지 1은 일이고, 3분지 1은 잠이며, 3분의 1은 예술적 즐김이라고 말해지기도 한다. 예술의 광역성에서 볼 때, 먹고, 마시고, 놀며 쉬는 모든 영역이 예술 성향의 가치 판단 안에 예속되어야 그 효용성과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도 한다.

전북은 자고이래로 예향이라 일컬어졌다. 예술을 제대로 지으며 누렸던 낭만풍의 전북인 성정을 회고하며 우리는 한껏 자부심과 뿌듯한 자존심을 갖는다. 모든 예술 장르가 그 성숙도에서 타지역보다 앞섰으며 특별하게는 판소리를 지어 불렀다. 서예 수준은 또한 각별했으며, 국악 전분야에서 전북 예인들이 해낸 성과는 빛났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려는. 판소리가 전반의 국악이 발달하지 않고 홀로 우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예 또한 시·서·화 등 여러 분야가 연계하고 연대하여 이룩된 결과물이란 점이다. 문인화나 동양화가 피폐한데 서예만 우뚝 독존한다는 논리는 언어도단이다. 모든 예술 기본 장르가 쇠퇴한 가운데 소리문화나 서예 분야만 발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총체적 예술 풍토와 분위기의 동반 상승으로 발원해야 어떤 장르든 그 장도가 쾌쾌하게 열린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상한 미풍은 예술작품을 서로 공유하고 이를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었다. 고귀한 민주 시민 자질 확보는 예술 분야의 적절한 누림이다. 예술에 대한 누림이나 공유는 폐쇠 또는 피폐해 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암담한 심정 금할 길 없다.

예총은 종합적으로 예술인들이 만든 모임으로 사실은 자생적 단체이다. 그러니 너희들 알아서 그 진흥이든 구명도생이든 하라는 사고는 무지에 가까운 소치이다. 예술의 본산을 먼저 챙기고 총론적 접근이 이뤄진 뒤에 가지와 각론을 더듬는 것이 바람직한데 우리 전북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어느 분야 중점 지원은 소위 선택과 집중의 예술 심볼화에 매우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대한 반론은 아니다. 함께 아우르고 총체적으로 상호 상황에 비례해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북 대학들, 특히 사립대학들은 예술 학과를 폐과하거나 통폐합해버리고 예술인 탄생 자체를 막아버린다. 골목마다 있었던 미술 학원들은 문을 닫고, 피아노 교습소들은 폐쇄되었다. 20대 미술인이 전북에서 손가락 몇 꼽을 정도로 희소하다고 알려진다. 예술 근원이 사라지고 있으므로 이 시대 전북의 문화 예술은 캄캄하다. 장차 어찌할꼬? 늙은 직장 퇴임 어른들이 소일거리로 만지작거리는 여기 예술만 우리 주변에 그 명맥을 이어간다. 다른 도에 다 있는 예술의 전당이 우리에겐 없다. 소리문화전당에, 작은 집에 더부살이로 전세 신세인 것이다. 세미나 한 번 열 곳 그런 방 하나 없다. 몇 명 회의도 남의 방 잠시 얻어서 해야 한다. 예총 예산 배정은, 도 예산 몇조 원 시대 열렸다고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몇 십 년 전 그대로이다. 더욱 깎여가기도 한다. 그 몇조 원 예산이 소용없이 소멸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예술이 우선순위 면에서 막차를 탄다는 뜻이다.

전북 예총은 서자이다. 늘 변두리에 존재한다. 재난 시대 생계 문제만이 부각되는 현실이 아니라 아예 전북 문화 수준의 캄캄한 미래 도래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는 것이다. 예술이, 일상으로 숨쉬는 산소마냥 무관심 속에 미세먼지 속에 갇혀버리듯 그렇게 숨길 막히는 절체절명의 암울이 번져 온다. 우리 시대만 지나면 바로 따라 오는 다음 세대 우리 후예들은 산업만 챙겨 가도 훌륭하게 살아갈 것인가?

옛날 르네상스 시대부터 예술인들은 귀족 왕족들이 섬기고 받들었다. 세계 선진 문명국들이 오늘에 그 명성을 누리는 데에는 그 중심에 예술인들이 건재해 있었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