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통합론, 미래지향적으로 접근을
시·군 통합론, 미래지향적으로 접근을
  • 이정희 수채화가
  • 승인 2021.01.1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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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또다시 ‘시·군 통합론’으로 전북이 들썩이고 있다. 해묵은 시·군 통합론 정쟁이 갈 길 바쁜 2021 신축년 전북의 발목을 붙잡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시발을 누가 걸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오히려 지역발전과 주민복리증진에 어떤 것이 더 보탬이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하지만 시·군 통합론 정쟁의 한 복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인물은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다.

 통합론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흡수통합’이다. 이는 물리적 통합은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한 몸이 되는 화학적 통합은 요원해진다. 나아가 지역의 힘을 분산시키는 갈등원인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전주·완주 통합으로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구역 통합은 1997년과 2009년, 2013년 등 세 차례 시도됐었다. 그러나 모두 무산됐다. 2013년 송하진 당시 전주시장과 임정엽 완주군수가 통합을 추진했다. 주민투표까지 실시했다. 그 결과, 완주군민 투표자의 55%가 반대표를 던져 수포로 돌아갔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한 후유증이다.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분쟁이 격화돼 ‘지역화합’을 저해했다. 세월이 흘러 외연상으로는 상처가 아문 듯하다. 그런데 올해 또다시 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필자는 문화예술인이다. 정치가도, 도시행정가도 아니다. 통합론에 대한 모범답안이 무엇인지 더더욱 모른다. 예술인이 도시 간 통합론 문제를 언급한다는 자체가 넌센스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도시 간 통합론을 언급하는 것은 전북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두 자녀를 둔 부모로서 용기를 낸 것이다. 도시간 통합론에 있어 필자의 생각은 ‘잘 사는 전북’, ‘자녀들이 전북인이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전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의 마음으로 통합론을 바라봤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형태는 다르지만 ‘새만금’도 분쟁을 거듭해오고 있다. 군산시·김제시·부안군 등 세 곳의 지자체들이 바다에 선을 그어 ‘내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북도민들은 새만금을 ‘전북의 미래의 땅’이라며 30년을 일궈왔다. 새만금과 관련해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새만금을 두고 내땅, 네땅 주장하기에 앞서 진정으로 미래전북 약속의 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세종시’처럼 ‘(가칭)새만금시’란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신도시를 두 개 이상의 지자체가 관리한다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전북혁신도시’가 실례다. 전주시와 완주군이 양분해 관리하고 있다. 두 지자체가 상호 선의의 경쟁을 하며 도시를 관리한다면 선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 전체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데는 한계점에 봉착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전주·완주 통합론’과 ‘새만금 행정구역 결정’ 등 도시 간 통합 문제만큼은 시간에 쫓기지 말자. 눈앞에 놓인 밥그릇에만 천착하지 말고 곳간에 있는 쌀독을 생각하자. 정치인들과 행정가들 역시 지역발전과 지역화합을 위해 고민하고 목소리를 낸 것으로 생각한다. 대신 지역주민들은 특정인의 큰 목소리에, 특정 집단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결정하는 선진시민의식이 필요할 때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공화국’이다. 민주주의의 참뜻은 ‘다수결원칙’이다. 지역주민의 51%가 찬성한다면 비록 반대에 표를 던졌을지라도 49%는 그 결정을 수용하는 대의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51%가 모두 점령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 본질 속에는 ‘소수의견 존중’이란 참뜻도 함께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자들은 소수의견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지역분쟁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희<수채화가/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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