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받으러 나오는 짧은 시간, 친구들 만날 수 있어 소중해”
“도시락 받으러 나오는 짧은 시간, 친구들 만날 수 있어 소중해”
  • 장수인 기자
  • 승인 2021.01.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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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평화동 한 복지관에서 어르신이 점심 도시락을 받고 있다.

 6일 오전 11시께 찾은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의 한 노인복지관.

 오전 한때 최저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지면서 온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한파 속에도 배포되는 도시락을 받기 위해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마스크 사이로 미소를 머금은 환한 표정이 엿보였다.

 오가는 대화는 없지만 서로 눈인사를 하며 스치듯 지나가는 어르신들의 손에는 점심 한끼를 해결할 도시락 봉투가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복지관은 물론 경로당 등 모든 노인복지시설이 문을 닫게 돼 외로움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에게는 도시락을 받으러 오는 것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자 즐거움이 되고 있다.

 이날 복지관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안전거리 유지’를 안내하는 노란 테이프 끝에 복지관 직원들이 어르신들의 점심을 위해 직접 준비한 250명분의 도시락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해당 복지관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경로식당 운영대신 도시락과 대체식으로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해왔다. 코로나 확산 전까지만해도 이 복지관 경로식당에서는 600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이 사이좋게 점심 한끼를 같이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만 도시락과 대체식이 번갈아 제공되고 있다.

시중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복지관 경로식당을 이용했던 어르신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더이상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초수급자는 아니지만 경제 상황이 여의치 못한 일반 이용 어르신들에게는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적지 않은 부담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전주시내 나머지 복지관 무료 경로식당들도 별반 차이가 없다.

전주시 평화동 한 복지관에서 어르신이 점심 도시락을 받은 후 귀가를 하고 있다. 

이날 복지관을 찾은 김모 할머니(75)는 “요즘은 도시락 받으러 오는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한 즐거움이다”며 “혼자 살아도 끼니는 어떻게든 때울 수 있지만 외로운 건 힘들어 짧은 시간이지만 친구들 안부라도 묻고 눈인사라도 할 수 있어서 매일 매일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이어 “타지에 있는 자식들이 코로나 때문에 위험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하는데 이렇게 잠깐 도시락 받으러 나오는 시간이라도 없으면 정말로 하루가 적적하다”며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고 기다리는 복지관 직원들과 잠시 만나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3차 확산 추세로 노인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던 경로식당이 중단되면서 독거노인 등 주변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도시락과 같은 비대면 방식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들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내 노인복지관 등의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운영이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이에 전주시는 노인복지관 및 종합사회복지관 등 12개소에 도시락과 대체식을 배포할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해 경로식당 공백에 따른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충분치는 못한 실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노인복지관 등을 이용하지 않는 어르신들에게도 도시락 등을 지원하고자 통합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도시락 제공 등을 통해 코로나19로 활동 반경이 집으로 좁혀진 어르신들의 쓸쓸함까지도 채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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