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문화
송년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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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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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달력 한 장이 마지막 잎새처럼 사무실 벽에 매달려 있다.

 ▼ 희망의 새해를 맞았던 게 어제 같은데 어느새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다. 황량(荒凉)한 나목(裸木)의 숲에 서 있는 외로움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의 고로를 털어내고 싶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망년(忘年)이라 하는지 모른다. 

 ▼원래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망년이란 의미를 그동안 고로를 잊는다는 게 아니라 나이(세) 든 것을 잊는다. 즉 나이 차이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해(년)를 나이(歲)로 받아들이고 있다. 망년우(忘年友), 나이가 어려도 인품과 재주를 존중해 사귀는 친구를 일컫고 이처럼 나이를 초월해 사귀는 것을 망년교(忘年交)라 했다.

 ▼ 망년회란 말이나 풍습은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화다. 망년회는 일본 말이요 풍습이다. 일본은 한 해를 마지막 보내면서 친지들이 서로 어울려 노래와 술로 흥청거리는 세시풍습이 망년 또는 연망(年忘)이라 해 1천4백 년이 훨씬 넘게 이어오는 문화다. 이와 달리 우리는 한 해를 근신하고 경건하게 가족끼리 보내는 세시 문화였다.

 ▼ 하지만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송년회라고 이름만 바뀌었지 뿌리도 없는 송년회 열기가 12월에는 가열되면서 호텔과 고급식당은 한두 달 전 예약해야 하고 중복되는 모임에 피로할 정도의 풍조에 송년 공해요 외래 풍조라는 쓴소리가 적지 않았다. 물론 갈수록 건전한 송년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작은 모임이라도 어렵게 됐다. 이는 송년 과잉에 대한 코로나19의 경고가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긴 세시풍습으로 되살아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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