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미친’ 집값이 주는 위험신호
저출산, ‘미친’ 집값이 주는 위험신호
  • 최낙관 예원예술대힉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0.12.15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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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인구론」이란 저술로 유명한 영국의 학자이자 목사인 맬더스는 일찍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억제가 필요함을 역설한 바 있다. 하지만 맬더스의 주장과는 달리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인구확보와 출산율 증가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저출산・고령화에 기인한 인구문제가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가늠하는 중요한 결정요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인구증가를 위한 국가 및 지역 간 경쟁은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15년 전인 2005년 ‘참여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었고, 같은 해 9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갔다. 3차에 걸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따라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며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결과물이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에서 목표로 설정했던 합계출산율 1.5명은 이미 달성 불가능한 수치로 남아 있다. 출산율은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으로 1.0명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고 올해는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3분기 출산율이 0.84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OECD 37개국 중 합계출산율 0명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최근 5년 이내 혼인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발표한 「2019년 신혼부부 통계」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그늘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전체 신혼부부의 52.3%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지역 선호 및 편중 현상 그리고 맞벌이·무주택 신혼부부의 출산율 하락 현상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 부연하면 집값 상승으로 주거와 가계부채 부담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결혼한 부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억대 빚과 함께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아울러 신혼부부 10쌍 중 4쌍(42.5%)은 무자녀로, 특히 무주택 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비율(46.8%)이 주택이 있는 부부(36.7%)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전년도 무주택 부부와 유주택 부부의 무자녀 비율이 각각 44.0%와 35.2%인 점을 고려하면, 주택이 없는 부부가 아이의 출산마저 꺼리는 신혼부부 ‘3포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처럼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집값 상승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격차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 내에서의 차이 또한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자고 나면 수억씩 오르는 집값의 수혜자가 진정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주는 중소도시로 주택보급률이 120%에 육박하는 지역이지만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10억을 호가하는 기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 과열 양상으로 인한 다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복지손실을 감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지금,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일명 ‘영끌’ 대출로도 전셋집 마련조차 어려운 젊은이들에게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 포기, 즉 ‘3포 현상’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택이 카스트(caste)처럼 계급화돼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미친’ 집값이 주는 위험신호는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는 악마의 주술처럼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집값 상승이 출산율마저 움직이는 ‘보이지 않은 손’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고 있는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는 혼돈의 부동산 정책이 새해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정책변화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길 기대해본다.

 

  최낙관 <예원예술대힉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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