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송기선 시인의 ‘촛불’
[초대시] 송기선 시인의 ‘촛불’
  • 송기선 시인
  • 승인 2020.12.10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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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 송기선

 

 촛불에는 성聖이 있다

 성전聖殿이 있는 곳에는 어디서나 촛불이 있다

 바람이 일면 진·선·미의 향기가 일렁인다.

 그들은 성전에서 희노애락을 촛불로 태운다.

 

 촛불에는 희생이 있다

 자신의 몸을 본능적으로 태우는 등신불이다

 촛불은 희생을 자랑하지 않는다

 남 몰래 불우이웃을 도와주었던

 호떡장수 아주머니의 훈훈한

 이야기처럼 촛불은 말없이 타 오른다

 

 언제나 혼자 앉아서

 하느님 부처님과 같이

 벗을 삼아 기도를 드린다

 어머니는 고뇌를 맡기기 위해

 쌀 몇 되 퍼 가지고

 촛불 옆으로 오늘도 가신다

 

 벗이 없을 때는

 이리 저리 뒹글고

 벗이 있을 때는 혼자 앉아서

 눈물을 흘린다.
 

 

송기선

시인 / 전북문인협회 회원

전 중등교장 / 현대 아이파크 이편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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