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와 미국인의 공포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와 미국인의 공포
  • 이정덕 전북대 교수
  • 승인 2020.12.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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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는 지난 9월 19일 청중의 대부분이 백인인 미네소타 베미지 유세에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당신들은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요. 많은 것이 유전자문제예요. 그렇게 믿지 않나요? 경주마도 종자가 좋아야 합니다. 우리라고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가 잘 드러나고 있다. 이게 미국 일반백인들의 본심이다. 자신들은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타인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건국할 때부터 백인우월주의가 계속 되어왔다. 노예해방 후에도 그랬다. 1900년 초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은 미국의 성공은 앵글로색슨족의 우월성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골드워터나 닉슨이나 레이건도 백인의 우월성을 자주 드러냈다. 트럼프는 일찍부터 그러한 생각을 밝혀왔다. 1990년 플레이보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말 유전자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2016년에는 “나는 아이비리그 졸업했다. 나는 영리하고 아주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개적인 인종차별적 발언은 처벌받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숨겨진 말로 발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인종차별적 발언이 아니라고 잡아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백인이 생물학적으로 우월하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한 적은 없다. 단지 좋은 유전자가 좋다는 듯이 말한다. 하지만 백인 청중들은 이 말이 백인이 우월하고 백인이 미국의 주인이라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백인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구호를 ‘백인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트럼프가 이슬람과 중국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이민이나 난민을 적극적으로 막고, 흑인들의 폭동이나 항의를 군대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제압하겠다는 뜻이 백인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을 백인들은 안다. 트럼프는 백인이 주로 거주하는 농촌과 소도시를 돌아다니며 유색인종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하여 백인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데 성공하였다. 백인들의 지위가 낮아지고 있고 흑인이 대통령이 되고 유색인종이 자신들보다 잘살고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것을 볼 때 많은 백인의 불안과 공포심은 높아간다. 미래에 내 자식들은?

  트럼프가 백인들의 상식을 말하고 불만을 대변해주니 이제까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수많은 백인들이 기꺼이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이제까지 투표를 하지 않았던 수많은 비백인들은 트럼프를 몰아내기 위해 기꺼이 투표에 참여했다. 결국 백인들은 60% 정도가 트럼프를 찍었고, 비백인들은 70% 가까이 바이든을 찍었다. 무려 7,400만명이 트럼프를 지지했고, 8,100만명이 바이든을 찍었다. 둘 다 미국역사상 전무후무한 득표를 했다.

  그만큼 미국사람들이 인종적으로 갈라져 있고 분노하고 공포심을 느낀다는 뜻이다. 많은 백인은 자신들의 지위도 낮아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무언가 자신들을 다시 위대하게 해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찍었다, 트럼프가 상층의 세금만 대폭 깎아줬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많은 유색인종은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노골적인 백인우월주의가 두려워서 투표에 나섰다. CNN에서 한 흑인출연자는 바이든의 당선에 눈물을 흘리며 “트럼프 통치기간 내내 질식하는 것 같았다. 이제 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가 미국을 철저히 인종으로 갈라놓은 것이다. 트럼프가 인종갈등을 조장하면서 백인과 비백인 사이의 불신과 불안은 더욱 심화하여, 바이든이 이를 수습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트럼프가 조장한 인종적 갈등과 공포심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미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정덕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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