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체로 밝혀낸 광개토대왕비의 진실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
글씨체로 밝혀낸 광개토대왕비의 진실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1.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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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개토태왕비문의 신묘년 기사는 고구려의 입장에서 백제와 신라를 고구려와 동일 민족관계에 있는 ‘속민(屬民)’으로 보고 기록한 문장이므로 백제와 신라를 다시 동일 민족 관계가 아닌 신민‘(臣民)’으로 칭해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신묘년 기사의 ‘신민’은 고구려의 입장에서 왜(일본)를 칭한 말이며, 이 기사의 원래 문장은 당연히 ‘고구려가 왜를 고구려의 신민으로 삼았다’이다.”

 서예학자 김병기 전북대 교수가 증보해 펴낸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글씨체로 밝혀낸 광개토태왕비의 진실(학고재·2만2,000원)’의 핵심 내용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속민’과 ‘신민’의 확연한 의미 차이를 밝혀 이런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2005년 초판 출간 후 국내 언론으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이 책은 서예학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 역사서다. 당시로서는 광개토태왕비의 실상과 논쟁사를 다룬 책이 전무했기 때문에 여론은 뜨거웠으나 사학계는 조용했다는게 저자의 기억이다.

 저자는 35년 전 유학 시절 광개토대왕비 탁본을 우연히 접하고 비문 글씨의 매력에 빠져 베껴 쓰기를 하다가 문제의 신묘년 기사 부분에서 “붓이 멈칫하더니 콱 막히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얼마 후, 놀랍게도 붓길이 막혔던 글자가 바로 재일 사학자 이진희가 변조된 글자로 주장한 글자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계기로 장장 20년에 걸쳐 비문 변조 추적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2018년에는 한 TV 교양 프로그램에 저자가 출연하자마자 네이버, 다음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광개토태왕비문의 변조 사실과 원래 비문의 뜻을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국민들이 역사의 진실을 알고,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 틈바구니에서 우리 고대사를 지켜내기를 바라며 증보판을 냈다.

 이번 증보판에서는 금석학적으로 글자 한 자 한 자를 꼼꼼히 살피고 문법적으로 비문 문맥의 전후 연결 관계를 따져 일제의 변조 증거를 한층 더 보강했다. 초판 출간 후 제기된 일부 중국 학자와 한국 학자의 잘못된 주장에 대한 반론도 준비했다.

 어떠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어떤 시각으로 역사를 보느냐에 따라 역사적 사실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다.

 김병기 교수는 “지나간 역사를 다시 쓸 수는 없지만, 바로잡을 수는 있다. 이제라도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눈으로 바로 보고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제가 남긴 식민 사학적 관점이나 오랫동안 중화주의에 물들어 있던 사대주의적 관점으로 우리 역사를 보지 말고 우리 자신의 역사관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자는 뜻이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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