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등 5권
[신간]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등 5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1.11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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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등단한 지 52년, 강은교 시인의 신작 시집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창비·1만3,000원)’가 나왔다. 시인은 모든 시의 제목을 작품 뒤에 붙이는 파격을 선보인다. 제목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열린 시각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읽기를 바란 의도가 엿보인다. 시각적 효과를 주는 시행의 배열도 파격적이며, 무가의 형식을 빌려 음악성이 두드러지는 점도 돋보인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오롯이 시의 외길을 걸어온 시인은 아직도 “너를 찾아 네 속으로, 나를 찾아 내 속으로 여행 중, 순례중”(시인의 산문)이다. 형식 실험을 시도하며 끊임없이 시세계를 벼리는 시인의 열정이 독자에게도 뜨겁게 가닿을 터다.

  

 ▲정의의 감정들_조선 여성의 소송으로 본 젠더와 신분

 조선시대는 노비제를 포함한 신분 세습체제와 유교적 관점에 기반한 젠더 구분 때문에 전형적인 경직된 사회로 그려지곤 한다. 그러나 ‘정의의 감정들_조선 여성의 소송으로 본 젠더와 신분(너머북스·2만원)’은 놀라울 정도로 복합적인 법적 시스템의 그림을 드러내며, 조선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새로운 긴장을 불어넣는다. 이 책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젠더와 신분, 법 감정을 처음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시대와 학분 분야를 막론하고 공감이 가는 주제일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역사의 특수성을 동아시아사 및 서양사와 비교하면서 세계사의 맥락에서 보편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국제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팔레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왕실의 근친혼 이야기

 역사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뿌리 깊지만 숨겨진 동기와 배경이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왕이 국가의 정책을 좌우하는 군주국가에서는 왕들 간의 관계, 심리가 의외로 중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왕실의 근친혼을 키워드로 색다르고 매혹적인 프랑스사, 나아가 촘촘히 얽힌 유럽사의 이면을 들려주는 책이 나왔다. ‘프랑스 왕실의 근친혼 이야기(푸른역사·1만8,000원)’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스캔들을 모은 책이 아니다. 지은이는 근친혼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과 사례를 짚어내어 근친혼을 정식으로 역사의 무대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유럽 각국의 이합집산과 전쟁 이면에는 근친혼이 작용했음을 정색하고 다뤘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푸른숲·1만5,000원)’는 한비야와 남편 안톤이 함께 쓴 책이다. 결혼 3년 차를 맞이한 부부의 실험적 생활 이야기다. 한비야와 안톤은 2002년 아크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동료로 만났다. 멘토, 친구, 연인 관계를 거쳐 만난지 15년 만에 결혼했다. 두 사람은 긴급구호 요원답게 결혼 전부터 우선순위와 최소 기준을 정해 어떻게든 이 기준에 맞춰 1년에 한두 번씩은 만났다. 결혼 후에는 1년에 3개월은 한국,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함께 지낸다. 나머지 6개월은 각자 따라 지내는 자발적 장거리 부부다. 부부는 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최적화된 생활 방식을 찾아가며 만든 기준과 얻은 값진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눈다.

 

 ▲빛의 현관

 ‘빛의 현관(검은숲·1만6,000원)’은 건축사를 주인공으로 실패를 겪은 그가 다시 일어서는 굴곡진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건축사 아오세 미노루가 직접 설계한 Y주택에 얽힌 미스터리를 좇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가정과 직장에서 한 번씩 실패를 경험했다. 거품경제기를 거치며 직장에서 잘리기 전에 자진 퇴사했고, 상처 입은 자존심 탓에 아내와도 이혼했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처음으로 가족을 정면으로 다룬다.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던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전국을 떠돌던 아오세는 자신과 달리 고향 즉 돌아갈 곳이 있는 아내와 집에 대한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한다. 집의 가장 큰 가치는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함께하는지에 있다. Y주택을 짓고서야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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