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보릿고개
혈액 보릿고개
  • .
  • 승인 2020.10.19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멕시코 북부 등 중남미 일대에 주로 서식하는 흡혈박쥐들은 밤에 잠자고 있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고 한다.

▼ 엄청난 양의 피를 빨아먹어야 하는데 한번 흡혈로 60시간 정도 식사 없이 지낸다고 한다. 하지만 사냥에 실패하는 박쥐가 어른 박쥐는 약 7% 정도, 어린박쥐는 33% 정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배부른 박쥐들은 동굴 천정에 거꾸로 매달린 채 피를 토해내 사냥에 실패해 굶게 된 박쥐에게 준다고 한다.

▼ 피를 얻어먹은 박쥐들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나중에 그 박쥐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자신의 피를 주는 방식으로 은혜를 갚는다고 한다. 이처럼 어려움에 놓인 다른 박쥐에게 일종의 헌혈은 언젠가 자신도 사냥에 실패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동물학자들의 해석이다. 사실 18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환자에게 동물의 피로 수혈했다.

▼ 사람 피로 수혈해 성공한 첫 사례는 1822년 과다 출혈로 사경에 놓인 산모에게 수혈한 스코틀랜드 의사 ‘불런댈’이다. 피는 생명과 같다. 내 피를 빼 사경에 놓인 남을 살리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사회의 큰 덕목’이다. 그런데 갈수록 헌혈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물론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이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헌혈자들이 급감하면서 혈액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는 보도다.

▼ 전북지역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연중 적정 혈액 보유량 5일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겨울철 비수기를 앞두고 혈액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자연계 최고의 헌혈자’라고 불릴 만큼 이웃사랑이 깊은 박쥐들을 코로나19 감염 주범으로 지목한 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