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의 미학(美學)
가위의 미학(美學)
  • 원금 기전대학교 뷰티디자인과 겸임교수
  • 승인 2020.10.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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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위와 함께한 지 21년이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가위’는 나에게 소중한 밥벌이 도구다. 필자뿐만 아니라 가위는 우리 인간과 밀접한 인연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난 순간 가장 처음 접하는 것이 바로 ‘가위’다. 탯줄을 자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위는 무언가를 자르면서 생명력을 불어넣는 도구이기도 하다. 미용 컷트도 마찬가지다. 머리카락을 잘라서 아름답게 꾸며지는 것이다. 자르면 예뻐진다. 칼과 가위는 자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칼은 혼자서 자르는 도구이며 ‘가위’는 반드시 두 개가 힘을 모아서 자르는 묘미가 있다. 여기서 가위의 미학이 시작된다. 둘이 모여서 무언가를 자르는 것이 가위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동안 매일같이 가위를 잡고 있다. 하루에 수 십명의 머리를 만질 때마다 가위의 고마움을 생각한다. 가위질을 할 때 마다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인생을 돌아본다. 우리 삶에도 잘라내야 할 것들이 많다. 미련이나 불필요한 욕망처럼 ‘짐 되는 마음’은 잘라내야 한다. 언론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부정비리와 사건사고 소식도 알고 보면 ‘욕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면 병이 된다. 이 쓸데없는 욕심을 잘라야 한다. 이렇듯 잘라내는 대표적인 상징이 ‘가위’다.

 나무도 가지치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무의 골격을 바로잡고 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다. 나무를 기를 때 일정시기가 되면 잔가지를 솎거나 잘라내는 가지치기를 한다. 쓸모없는 굵은 가지, 병든 가지, 제멋대로 자란 가지 등을 잘라내면 나무는 열매를 잘 맺고 더 오래 산다. 물론 나무의 체형을 예쁘게 잡아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미용실에서 단골손님들의 주문은 둘 중의 하나다. 그들은 “지난번처럼 해주세요” 또는 “지난번과 다른 느낌으로 해주세요” 이렇게 대부분 요구한다. 그럼 나는 생각한다. 미용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무를 가지치기 하는 것처럼 미용실은 디자인을 하는 곳이다. 디자인이 우선인 곳이다. 비싼 약품으로 파마를 권유하는 상업적가치의 상품성이 아닌 디자인의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 바로 미용실이다. 그리고 나를 믿고 있는 손님들의 마음의 가치를 나의 손길로 만들어주는 곳이다. 그런 가치가 빛이 날 때 나의 뿌듯함과 손님의 만족감이 합일치 되는 그곳이 바로 미용실이다. 결국은 잘라내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곳이다. 전국의 수많은 미용실은 가위와 재료로 오늘도 디자인을 예쁘게 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불경기 시절에는 여성들의 치마가 짧아진다고 한다. 돈을 들여서 치장하기 어려우니 본인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노출이라는 심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마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으면 파마를 세게 말아달라고 한다. 심지어 두피에 붙을 정도로 빠글빠글 볶는다. 그래야 파마가 오래간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는 파마도 느슨하게 약하게 말아달라고 한다. 파마가 풀어지면 또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여유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현실을 머리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싶은 현장이 바로 미용실이다.

 버리고 바꾸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마음’이다. 버림을 위한 마음가짐을 갖기란 쉽지 않다. 버리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한수 위다. 채우는 것은 욕망으로 되지만 버리는 것은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위는 이렇게 잘라내고 버려야 아름다워지고 예쁘게 변화된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버려야 행복해지는 삶의 지혜를 우리는 생활 속에서 가위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부터 나의 쓸데없는 욕망과 헛된 탐욕을 잘라내야겠다. 바로 이것이 가위의 미학이다.

 원금 <기전대 뷰티디자인과 겸임교수·스파헤어살롱원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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