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26일 동안의 광복 등 권
[신간] 26일 동안의 광복 등 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8.1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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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동안의 광복 

 해방이나 독립 기념일을 국경일로 자축하는 나라가 있다. 이런 국가-민족의 역사에는 식민지배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린다. 대한민국이 그중 하나다. ‘26일 동안의 광복(서해문집·1만8,000원)’은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1945년 8월 15일의 24시간과 그 직후 3주간, 정확히는 조선총독부 청사에 성조기가 게양되는 9월 9일까지 26일간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저자는 강박에 가까운 취재벽에 힘입어 흩어진 사료와 증언을 채집했고, 이를 통해 기존 통계나 자료사진만으로 구현하기 힘든 1945년 8-9월의 시공간과 그 속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촘촘하게 재현해낸다. 광복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밝은 날인 동시에 가장 어두운 날이었다.

 

 ▲서로 다른 기념일 

 농인 사진가 부부가 있다. 남자 사진가는 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보청기를 끼고 음성언어를 훈련하며 성장했다. 여자 사진가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수화언어로 소통하며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자랐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아이는 들을 수 있는 청인이다. ‘서로 다른 기념일(다다서재·1만4,000원)’은 언어와 감각이 다른 한 가족의 특별한 일상을 담고 있다. 저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며 살아온 아내, 서로 다른 몸을 가진 아이와 지내며 겪는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언어, 감각, 몸, 소통, 장애, 다양성,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다른 몸을 가진 아아를 키우는 아빠가 쓴 에세이인 동시에 다른 언어를 가진 존재와 소통하는 것에 대해 농인 당사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사회과학서이기도 하다.

 

 ▲독립혁명가 김원봉

 의열단을 조직하고 조선의용대를 창설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벌인 대표적인 독립투사 김원봉의 삶이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허영만에 의해 복원됐다. ‘독립혁명가 김원봉(가디언·1만7,000원)’에는 민족의 정통성과 역사가 단절되고 암울했던 시기, 자주적인 독립을 위한 방법과 조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끊임없이 고민했던 김원봉이 느꼈던 좌절과 고뇌, 희망과 염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철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영화적 스토리가 허영만의 호방한 화풍으로 생생하게 살아나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것. 피로 쓴 역사를 눈으로 만나고 마음에 담아보자. 희생으로 세워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빛나는 자긍심이 키워질 터다.
 

 ▲바비의 분위기

 한국 사회 내 다양한 여성혐오 양상을 짚어냈던 페미니스트 작가 박민정이 신작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1만3,000원)’를 출간했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작가는 성폭력과 젠더 불평등의 역사적-지정학적 권력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비동의 불법 촬영물 유포를 둘러싼 여러 맥락을 완성도 높은 소설로 제시하는가 하면, 단선적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선악 구도를 넘어서 인간관계 안에 작동하는 여러 힘의 작용을 포착해내 흥미로움을 더하고 있다. 폭력의 역사와 지형도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서사를 통해 현실 문제와 치열하게 분투하는 박민정의 소설. 그때 거기에서 일어난 일이 지금 여기도 일어나고 있다. 그의 신작을 읽는 일은 시대를 사유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할 계기를 마련해주고도 남는다.
 

 ▲무엇을 위해 살죠?

 사춘기에나 할 법한 질문들이 마흔이 다 되어 찾아왔다. ‘무엇을 위해 살죠?(은행나무·1만5,000원)’는 가수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박진영이 성공과 실패의 인생의 서사 속에서 발견해낸 삶의 진실을 알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적당히 넘어가지 않고, 확실한 답을 찾으려 끝까지 노력했던 박진영은 스스로 만들어진 질문들을 절대 외면하지 않았다. 그가 찾은 답의 시작은 삶의 진실을 아는 것이었다. 화려한 스타의 인생의 굴곡에서 깨닫게 된 삶의 진실에 대해 아는 법과 그 방법을 몰라 마음의 병 속에서 헤매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허황된 꿈을 향해 달려가던 한 인간이 결국 무너지고, 다시 삶의 진정한 답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는 이야기가 그곳에서 시작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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