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당일 만든 빵 판매 원칙 고수한 중노송동 ‘빵아저씨’
26년간 당일 만든 빵 판매 원칙 고수한 중노송동 ‘빵아저씨’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8.17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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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표 기자
사진=김현표 기자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26년간 한 자리를 지킨 동네 빵집이 있다.

 이 빵집은 ‘당일 만든 빵을 당일에만 판매한다’는 철학을 고집,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난립에도 20년 넘게 동네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빵집은 전주 중노송동 2가 전주고 앞 사거리에 위치한 ‘빵아저씨’로 품질 좋은 재료를 써가며 매일 아침 8시면 구수한 빵 냄새를 흩날린다.

 이에 전북도민일보는 ‘빵아저씨’ 대표 이후성(54)씨를 만나 맛있는 빵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17살부터 시작된 빵과의 인연

 전주가 고향인 이후성 대표는 17살 때부터 빵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983년 대전의 한 제과점에 취직해 제빵 기술 등을 배워나갔다.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한 기술은 앙금이나 크림의 적절한 배합까지 스스로 개발할 수 있게 됐고 경력을 쌓은 뒤 그는 지난 1992년 다시 전주로 돌아왔다. 제빵 기술을 배운 지 10년 만이었다.

 이후 이씨는 자신의 이름을 건 빵집을 차리기 위해 각종 부지를 물색하는 동시에 전주 시민들이 어떤 빵을 좋아하고 인기가 있는 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여러 빵집들을 찾아다니며 지배인(매니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렇게 창업 자본을 모았고 현재 자리에 ‘빵아저씨’이란 상호로 지난 1996년 4월 5일에 문을 열었다.

 ▲ 질 좋은 재료, 100% 우유 반죽

 이씨는 빵집을 개업한 뒤로 자신과 한 약속이 있다. 1등급 재료와 함께 모든 빵을 직접 만들어 당일 판매를 이어간다는 것. 이씨의 철학은 맛있는 빵으로 이어졌고 시간이 지나자 빵 마니아라는 사람들이 찾아올 만큼 ‘빵아저씨’의 빵들은 손님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빵아저씨의 빵을 맛본 손님들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빵 맛을 칭찬했고, 빵 아저씨의 빵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지금은 수백여 명의 단골 고객이 빵 아저씨를 찾고 있다.

 이처럼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을 두고 이 씨는 질 좋은 재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6년 전부터 현재까지 빵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반죽 재료로 A급 우유만을 고집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빵 맛이 떨어지는 곳을 보면 좋은 우유 대신 전지분유를 쓰는 곳이 더러 있다고 했다.

 우유와 더불어 마가린이나 버터 등을 총칭하는 유지 또한 최상급 재료만 이용한다. 이 대표는 유지의 등급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게는 3배 이상 나는 만큼, 좋은 재료를 쓰면 당연히 빵 맛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좋은 재료와 더불어 이씨의 당일 판매 원칙도 한 몫 했다.

 몇몇 프랜차이즈점에서 공급하는 빵은 생지(반죽 냉동식품)를 오븐에 구워 판매하는 등 단순한 절차를 거치지만 이 씨의 빵집은 냉동이 아닌 당일 판매 원칙으로 매일 매일 빵을 구워내기 때문에 맛과 바삭함, 그리고 신선도가 좋아 냉동 생지가 이를 따라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사라진 동네 빵집들 아쉬워

 이씨가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동네 빵집이 10개가 넘을 정도로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려졌다고 한다.

 모두 맛있는 빵을 만들고 해당 빵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물량 공세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안 좋아져 결국 문을 닫았다는 것.

 이를 두고 이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빵을 고르는 선택권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면서 “빵집마다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는데 동네 빵집이 사라지면서 그 고유의 맛도 사라져 아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 ‘빵아저씨’ 이름을 이어나갈 것

 고창과 진안·남원·장수·순창 등 다른 시·군에서도 ‘빵아저씨’란 상호로 제과점을 운영하는 곳이 있지만 이는 상호만 같을 뿐 가맹점은 아니다.

더불어 일부 빵집은 이씨에게 연락해 ‘빵아저씨’라는 상호를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씨는 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말 그대로 빵을 만드는 사람이 ‘빵아저씨’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게 상호를 두고 고민하던 시기에 TV프로그램에서 보육 시설 아이들이 빵을 가져오는 빵집 주인에게 ‘빵아저씨’라는 부르는 모습을 보고 상호명을 ‘빵아저씨’라고 정했다”면서 “빵을 만드는 사람이 모두 빵 아저씨인데 이런 명칭을 나 혼자 독점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의 빵집은 문은 연 뒤로 명절을 제외한 연중무휴로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였지만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3년 전부터 첫째 주 일요일만 휴무로 정했다.

 이 씨는 “매번 빵을 만들 때마다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내 빵을 기억해주는 손님들이 있어 항상 감사하다”며 “특히 ‘우리 동네에 빵아저씨가 있어서 너무 고맙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더 맛있는 빵을 만들어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재료로 만든 따듯한 빵을 먹어보면 그 깊은맛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평생 맛있는 빵을 만들어가면서 손님들에게 다시 찾아올 수 있게끔 질 좋은 빵으로 보답하겠다. 더불어 당일 판매 방식 등을 고수해 언제나 같은 맛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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