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열의 선물 ‘산·나무·꽃’展…익숙하기에 더없이 고마운 풍경
유휴열의 선물 ‘산·나무·꽃’展…익숙하기에 더없이 고마운 풍경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8.11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휴열 작 - 百日蓮花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와 복잡한 도심 생활을 잠시 벗어나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선물같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유휴열 미술관(관장 유가림)이 10월 4일까지 선보이는 ‘유휴열-산·나무·꽃’展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1994년 ‘문화공간 모악재’로 시작해 올해 4월 ‘유휴열 미술관’으로 재개관 후 선보이는 두 번째 기획 전시다.

 기획전은 유휴열 미술관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산, 나무, 꽃들을 모티브로 한 유휴열 작가의 유화 작품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있다.

 유화 작업만으로 전시를 구성해 선보이는 것도 오랜만이지만, 익숙하기에 더없이 고마운 풍경을 담아낸 작품들은 편안함 그 자체다.

화이트 큐브 안에는 유휴열 미술관 뒤편에 자리잡은 모악산을 그린 작품과 야외 전시장 곳곳에 꽃피기 시작한 배롱나무(백일홍)를 소재로 한 작품이 걸려있다.

 유휴열 작가는 미술관 마당에 온전한 모습으로 긴 세월을 함께한 배롱나무를 캔버스에 올렸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살아온, 버텨낸 시간들의 흔적까지도 캔버스에 담아내고자 한 듯하다.

 그의 작업실엔 투명한 창이 있는데, 그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정자를 화폭에 들인 작품에서는 사계절의 변화까지 느껴진다. 작가의 시간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새 옷을 갈아 입는 공간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를 제대로 관람하는 팁은 미술관 정원을 산책하고 바람길을 걸으며 작품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정원의 배롱나무를, 정자의 한가로움을 맘껏 즐기고 실내 전시장에 들인 산과 나무 꽃을 다시 만나면 된다. 그가 매일 보고, 만지고, 느낀 산과 나무, 꽃은 흘러간 시간만큼 두터워진 물감으로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유가림 관장은 “개관전이 이루어진 3개월 동안 많은 분들이 미술관에 다녀가는 모습을 보면서, 미술관이 멀게만 느껴지고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공간으로 여겨왔던 많은 분들에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린 것 같아 보람된 시간이 되었다”며 “친근한 나무와 꽃들이 장마와 더위에 지친 여름날을 싱그럽게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