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선선하고 상쾌한 날 - 볍씨를 심었어요 ^^
월요일 선선하고 상쾌한 날 - 볍씨를 심었어요 ^^
  • 진영란 장승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0.08.06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일은 농사수업시간에 생태텃밭에 밭벼를 심어볼 계획이다. 지난주부터 씨나락을 물에 담궈두었더니 볍씨에서 갓난아이 이빨같은 하얀 뿌리와 싹이 나기 시작했다.

 “선생님 이게 모예요?”

 오며가며 관심있는 아이들은 싹이 난 볍씨를 알아차린다.

 주말동안 싹이 파릇파릇해졌다. 오늘은 땅도 촉촉하고 바람도 선선해서 하나씩 심어보려고, 볍씨를 관찰해 보았다.

 

 먼저 볍씨 한 톨을 그리면서 모양을 자세히 관찰했다.

 아이들과 함께 루페로 볍씨를 살펴보았다. 작은 볍씨를 크고 자세하게 그리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그리는 것을 보더니 얼른 그리고 싶었는지 자리로 돌아가서 각자 자기 볍씨를 심각하게 관찰한다.

  이 작은 볍씨 한 톨을 마주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털이 있네요!”

 밥상에 올라오는 하얀 쌀밥이 까끌까끌한 털옷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한 모양이다.

 

 다 그린 벼는 껍질(왕겨)을 벗겨 보았다. 껍질을 벗기자마자 관찰할 새도 없이 입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아무 맛도 안 나요. 딱딱한데요?”

 “어? 계속 씹으니까 좀 고소한 맛이 나요.”

 이러려고 그랬던 것은 아닌데, 관찰은 건너뛰고 맛을 느끼고 식감을 표현한다.

 

 그 다음은 싹이 튼 볍씨를 관찰했다.

 “지난 주에 볍씨를 물에 담궈 놓은 거예요. 물에 담그지 않은 볍씨랑 다른 점을 찾아보세요.”

 “뿌리가 있어요. 콩나물 같아요!”

 “싹이 났어요. 잎 같은데요?”

 

 루페로 자세히 보니까 머리카락처럼 가는 뿌리가 통통한 콩나물로 보이나보다.

 작은 볍씨 한 알이 사랑스러웠는지 저마다 알맞은 색깔을 찾아서 칠하고 예쁘게 꾸민다. 어느새 볍씨는 그냥 보통의 낟알이 아니라, ‘성주의 볍씨’, ‘효주의 볍씨’가 되어 있다.

 

 “우리 이 볍씨를 하나씩 심어볼 거예요.”

 “진짜요? 어디에 심어요?”

 “지난번에 옥수수 심은 화단이랑, 창문 아래 작두콩 심은 데 앞에다가 심어 볼까요?“

 

 아이들은 소중한 볍씨를 정성스럽게 심는다.

 ”이렇게 심어도 살아요? 원래 물에다가 심는 거잖아요.“

 ”응, 논에도 심는데, 밭벼라고 이렇게 마른 흙에 심기도 해요.“

 ”안 죽고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촉촉한 흙에 한 개씩 심었다. 잘 자라라고 흙도 덮어주고, 토닥여도 주었다.

 

 우리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쑥쑥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벼 공부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진영란 장승초등학교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