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영 작가, 타임머신에 오르지 않고도 시간여행이 가능한 ‘군산’을 탐구하다
배지영 작가, 타임머신에 오르지 않고도 시간여행이 가능한 ‘군산’을 탐구하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29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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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제대로 여행하는 법.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책을 빼놓을 수 없다.

 하나의 지역을 한 권의 책으로 소개하는 대한민국 도슨트 일곱 번째 도시로 ‘군산(21세기북스·1만7,000원)’이 출간됐다.

 스무 살에 군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현재까지 살며 지역과 사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쓴 배지영 작가가 소개해 믿고 보게되는 책이다.

 여행 관련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 현지인의 시선과 자세에서 다양한 인터뷰와 자료들을 담아 군산을 다채롭게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여 주목된다.

 배 작가가 군산에 대한 매력을 알아본 것은 시아버지 덕분이었다. 일제강점기 왜놈들이 공출해간 나락 가마니를 지게에 지고 왕복 20km가 넘는 군산내항까지 걷던 소년이었던 아버지는 가파른 삶의 길을 걸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분이었다. 여러사람을 탐구해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조언해주던 아버지는 시간이 부족한 며느리를 대신해 탐구해주며 군산 곳곳의 이야기를 아낌없이 들려주었다. 그렇게 아버지로부터 탐구의 기본을 배운 배 작가는 책을 탐구하고, 각종 신문기사를 탐구하고, 홀연히 나타난 귀인을 탐구하면서 군산에 대한 이야기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었다.

 이번 ‘군산’에서는 과거의 것들을 지켜내며 현재를 살아가는 군산의 모습에 주목한다. 배 작가는 “군산의 시간은 꿈틀거린다. 근대가 남긴 이 도시의 유산들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고 적었다.

그도 그럴것이 배 작가가 청운의 꿈을 안고 시골에서 올라와 처음 짐을 풀었던 군산의 풍경이 생생한데, 1960년대 지어진 항도장 이었다. 시험 전날의 긴장을 풀기 위해 영화 ‘토탈 리콜’을 관람했던 곳은 1929년 세워진 국도극장, 숙소랑 가까워 무심코 들어간 빵집은 1945년에 문을 연 이성당, 학력고사 끝나고 친구들이랑 몰려갔던 나이트클럽은 조선은행 건물이었으니 말이다. 과연 대한민국에 시간 여행자들의 천국인 이런 곳이 또 있을까?

 100여 년 된 원도심의 건물과 그보다 더 오래됐을 군산의 땅에는 수백, 수천 년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고, 책은 도시 곳곳이 지붕 없는 박물관인 이 군산의 풍경을 하나도 빠짐없이 촘촘하게 담아내고 있다.

 군산이 가진 유일하고 눈부신 풍경들을 신비롭게 담아낸 점도 돋보인다. 매년 11월 어스름 해가 지기 시작하면 펼쳐지는 20만 마리의 가창오리의 군무, 세계 최장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새만금 방조제와 이를 통해 가까워진 고군산군도의 비경, 월명산에 벚꽃을 심은 진짜 이유와 은파호수공원의 변화과정까지. 군산시민도 몰랐던 군산의 아름다운 풍경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금 당장 책을 덮고, 군산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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