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어떻게 볼것인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어떻게 볼것인가?
  • 최재용 전라북도 농축산식품국장
  • 승인 2020.07.26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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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한톨이라도 흘리게 되면 조리간다고 나무라시던 어머니 생각이 간혹 떠오른다. 그래서 나도 우리 두 아이들에게 습관적으로 말하는지 모른다. 농부아저씨들이 애써 키운 것이니 남기거나 흘리지 말고 깨끗이 먹으라고. 물론 아이들은 여전히 잔소리로만 여기는 눈치다! 쌀이 갖는 애틋함이 어찌 나뿐일까? 배고픈 보릿고개를 경험한 윗세대들에게는 더 클것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논과 밭에 주는 직불금 제도를 대폭 개편했다. 1ha(약 3천평) 논에 100만원, 밭에는 55만원을 주던 직불금을 최대 200만원으로 균일하게 상향 조정해 소득보전 기능을 높였다. 또한 0.5ha(약 1천 5백평) 미만 농가에는 규모에 관계없이 120만원을 지급하는 소농직불금을 신설하여 공익적 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직접 지급하는 직불금이 작년엔 1,836억원이었는데, 올해는 3,319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 논과 밭에 지급되는 직불금 예산은 국가만이 아니라 도와 시군단위에서도 각각 추가로 지급되고 있다. 도가 153억원, 지자체별로 편차가 있지만 14개 시군이 지급하는 직불금 총액이 697억원이다.  

 여기에 특히 올해는 613억원 규모의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지원사업, 가칭 농민공익수당이 처음 시행된다. 물론 이 사업은 앞서의 직불금같은 소득보전의 성격이 아니다. 농업농촌을 지켜온 농가에 대한 우리 지역사회의 감사와 격려, 혹은 보답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노인수당, 청년수당, 아동수당과 같은 사회복지적 성격의 수당하고도 다른 것이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기준으로 국가와 도, 14개 시군이 우리 지역 농가에 지원하는 직불금과 현금지원 예산을 모두 합해보면 4,845억원에 이른다. 도내 농가 수가 9만 5천호가 조금 안되니, 농가 평균으로 환산하면 511만원이 지급되는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한정된 재원의 틀 속에서 농가에 이처럼 지원하는 이유나 배경은 무엇일까? 유달리 우리 농가의 소득이 낮고 어렵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직불금이 농가 소득보전의 성격이 강하다지만, 단순히 형편이 어렵기로 말한다면 새벽 인력시장의 노동자, 도심 길목의 노점상, 골목 영세 자영업자, 폐휴지를 팔아 사는 독거노인, 돌봄시설을 갓 졸업하고 혼자힘으로 살아야 하는 스무살 애띤 청년 등 우리 사회에는 사회통합과 복지적 측면에서 관심을 쏟아야할 영역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면 어떤 이유가 있다는 것인가? 

 우리 나라를, 우리 경제를, 우리 지역을, 우리 강토를 경작하고 보전하는 농가의 공익적 기능이 무엇보다 크다는 우리 사회의 오랜 인식과 깊은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의 작은 변화라 하면 이러한 공익적 기능의 유지를 농가에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으로까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정부는 기존 직불금을 농업농촌 공익증진 직불제로 대폭 개편하면서 환경보전, 마을 공동체 활동 등 농가가 지켜줘야 할 다양한 사항을 의무로 부과한 것이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확대, 이에 상응하는 국가나 지역사회의 화답은 당사자인 농가가 규정하거나 행정이 단순하게 결정해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긴 호흡을 갖고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와 계층 구성원들이 함께 인식의 폭을 넓히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무엇을 얼마만큼 할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재용 <전라북도 농축수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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