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자료 분석에 근거한 기후 대응
장기 자료 분석에 근거한 기후 대응
  • 김현수 전북대 교수
  • 승인 2020.07.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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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넓은 우주공간에서 지구가 다른 행성과 다른 특이한 점은 누가 뭐라 해도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구 중심부의 핵에서 일어나는 대류로 인한 자기장의 형성으로 유해한 우주 방사선이 차단되고,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적절하여 지구의 온도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지 않아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으며, 산소의 존재로 인해 효율적인 생물의 대사작용이 가능한 점 등이 지구에서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다양한 이유 중 일부이다. 태양 에너지와 물 그리고 산소가 풍부한 대기라는 생명체 존재의 절대적 이유가 되는 요소들의 조합은 지구의 표면에서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을 일으키게 되고, 이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날씨 또는 기상현상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강우와 같은 기상현상은 매우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는 에너지와 물질의 이동 및 순환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양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게다가, 나비효과라는 용어로 흔히 설명되듯이, 복잡하지만 일반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던 순환 고리의 어느 한 부분에 아주 작은 교란이 일어나면 그 효과가 증폭되어 엄청난 재난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에 예측하기 어려운 교란까지 포함해서 정확히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에 일기예보가 틀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불평과 원망을 자아내게 된다.

 기상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날씨 현상은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재난적인 기상현상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나타나는 재난적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특정 연도 또는 기간의 전반적인 기상현상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기상변화로 인한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기상현상이 매우 복잡한 에너지와 물질 순환에 의해서 형성되고, 작은 교란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어떤 기상현상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은 아니더라도 매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기상 예측은 어렵다. 그런데 자연은 장기적인 데이터의 형태로 우리에게 변화에 대한 힌트를 항상 제공하는 것 같다. 이러한 힌트는 장기적인 기상자료에 대한 철저한 통계분석을 통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고 보강할 수 있는 정도로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홍수의 발생 빈도와 강도 사이의 상관성인데,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홍수의 발생강도에 대한 조사를 오랜 기간 축적된 자료에 대해서 수행하면 특이하게도 일정 규모 이상의 홍수는 어느 정도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나타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강수량도 연도별로 일정한 양상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도내 특정 수역에서 수차례 발생한 물고기 폐사 사고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강수량과 일조시간의 변화 양상에 대한 조사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전라북도 지역의 강수량은 비가 많이 오는 해와 적게 오는 해가 교차해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전북 지역의 강수량은 짝수년도인 2016년과 2018년이 홀수년도인 2017년과 2019년에 비해 현격하게 높게 나타났다. 짝수년도인 올해에도 연초부터 1월 강수량 기록을 경신하는 등 습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강수량의 변화 패턴은 다양한 기후 자료의 한 부분에 불과하지만, 이를 포함 한 다양한 지표들의 장기적인 변화 양상에 대해 종합적이고 철저한 통계적 자료 분석을 수행한다면, 기존의 예측 및 대비 체계를 보강하여 매년 나타나는 기상 변동과 이에 수반되는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예측의 정확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중앙정부나 모든 자치단체들은 매년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축적되어 있는 수십년간의 기상자료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미리 수행한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재난 상황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작년보다 훨씬 길게 지속되는 올해 장마를 툴툴대며 지나가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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