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축제는 올해 어떠한 방식으로 축제를 이끌어 나갈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예민하게 날을 세우되, 변하지 않는 것들을 굳게 지키며 행복한 축제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박재천(59) 집행위원장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춘 상황 속에 박재천 전주세계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이 던진 패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포기를 모르는 그 덕분에 소리축제는 또 한 번의 획을 긋는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모든 축제들이 취소되고 있음에도 박 집행위원장은 다른 길을 선택했으니 말이다.
올해 소리축제가 현장이 중심이 아닌, 미디어·온라인 중계로 축제를 개최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평소 “새로운 방식의 축제를 통해 색다른 경험과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축제의 사명”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박 집행위원장이 또 한 번의 모험을 감행키로 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19 시대를 지나오면서 없던 속병까지 생겨버렸다”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소리축제의 지명도는 크게 올랐다. 세계의 연주자들이 오고 싶어하는 무대가 된지 오래이고, 아티스트들의 입국을 위한 항공권 등 예산 확보는 물론, 다양한 해외교류사업 등을 준비해놓은 상태에서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게되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던 것. 여기에 축제를 개최를 해야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저울질하기를 수개월째 반복하다보니 축제 구성원 모두가 지쳐만 갔다.
그렇게 선택한 미디어·온라인 중계가 어떠한 평가를 받게될 지 아직 미지수다. 14개국 연주자들과 실시간 라이브 협연을 위한 KT측과 기술 협력, 새로운 방식의 문화적 교류를 꼼꼼하게 준비하고는 있으나, 축제란 현장성을 무시할 수 없는 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도 “아직 올해 축제를 ‘비대면 공연’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안전과 방역을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관객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현장 공연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소리축제는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내년이면 소리축제 20주년이다. 박 위원장은 “소리축제는 내년 20주년을 기점으로 다시 혁신을 모색한다”며 “내년에는 미뤄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류사업을 이어가고, 더불어 20주년 기념 세종문화회관 특별 공연기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