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고장 전북 출생 김진방 연합뉴스 중국특파원이 쓴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
맛의 고장 전북 출생 김진방 연합뉴스 중국특파원이 쓴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0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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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의 고장 전북에서 태어난 건아가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접수했다.

 본디 음식이란 기호에 따라 평가가 너무나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으나, 이 사나이는 용기와 배짱, 승부욕으로 점철되는 기자 근성을 발휘해 자신만의 맛집 순위를 매긴다. 혀끝이 아닌 온몸으로 맛보고 또박또박 쓴 유쾌한 문장은 큰 웃음과 함께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는 맛객 김진방 기자가 쓴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홀리데이북스·2만원)’는 단순하게 베이징 맛집 소개만을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니다. 내밀한 중국문화를 이해하는데 마중물이 되어 줄 근본이 되는 식문화를 다루고 있기에 그렇다. 김 기자는 노포부터 시작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가게까지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는 중국의 곳곳을 찾아다니고, 직접 경험하며, 기록했다.

 그런데 왜 베이징일까? 우선, 김 기자는 중국 전공자이다. 대학 시절 중국에서 교환학생과 인턴 생활을 하면서 중국 요리와 차, 식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시작하며 맛 기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맛의 고장에서 나고 자란 그의 혀가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그렇게 남들은 일만으로도 지칠 시간에 먹고, 썼다.

김 기자는 한국인이 가진 베이징에 대한 편협한 인상을 지우고 싶어 중국 미식 유랑기를 담게 됐다는 설명으로 책을 시작한다. 이를테면 도심을 가득 메운 초미세먼지, 더러운 거리, 소란스러움, 기름 범벅의 맛없는 음식, 싸구려 공산품 등 ‘후지다’고 생각하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과 막연한 오해를 걷어내고 싶었다는 것. 대륙이 출입처인 김 기자에게 미국의 아성을 넘보면서 주요 2개국(G2) 국가로 성장한 중국을 제대로 알리고 싶은 사명감이 솟구쳤던게 분명하다. 그것도 먹는 쪽으로 말이다.

 김 기자는 “미세먼지처럼 우리 눈을 완전히 가려버린 중국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씻어 보고 싶었다”며 “중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맛 좋은 음식과 멋진 공간,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문화가 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베이징은 중국 각지의 매력을 한곳에 모아둔 중국의 요약집과 같다. 중국 각 성과 주요 도시는 베이징에 정부 대표처를 두고 있다. 베이징 주재 사무소라를 의미로 ‘주징반’이라 부르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사무처만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음식, 문화공연, 특산품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미식을 비롯해 각지의 문화를 단기 속성으로 훑기에는 제격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륙은 대륙이다. 어느 지역부터 시작할지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저자는 중국의 4대 요리에 대해 소개한다. 산둥, 쓰촨, 광둥, 화이양의 요리를 일컫는데, 말이 4대 요리지 각각의 지역 자체로도 상당히 넓기에 지역별 요리는 또 다시 세분된다. 여기에 저장요리, 푸젠요리, 안후이요리, 후난요리까지 추가해 중국 8대 요리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벨트를 풀어헤친다해도 모두 맛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저자는 기자의 시각과 만만치 않은 내공으로 덜어 낼 것은 덜어내고, 키울 것은 키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베이징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륙의 별미를 모아 소개하는가 하면, 다민족 국가 중국을 닮은 ‘훠궈’의 특성을 지역별, 프랜차이즈별로 면밀히 분석한다. 베이징에 있는 평양냉면과 나고야 장어덮밥 등 세계 맛집을 소개한 글도 흥미롭다. 여기에 중국차와 중국술까지 소개를 더하니 금상첨화다.

 아직도 전할게 많은 그는 여전히 인터넷 세상에서 맛 이야기꾼으로 활약 중이다. 이에 김 기자의 대륙을 향한 먹부림 여행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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