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지트 만들기
나만의 아지트 만들기
  • 박성욱 전라북도과학교육원 교사
  • 승인 2020.06.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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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대기로 무엇을 만들까?

 나무들이 우거진 공원이나 숲길을 걷다 보면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가늘고 긴 나뭇가지를 막대기라고 부른다. 이 막대기로 놀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넓은 공터, 운동장은 막대기로 그릴 수 있는 큰 도화지가 된다. 하트를 그려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이름을 써 보기도 한다. 오징어 살이, 댕깡놀이 판을 그려서 놀기도 한다. 매끈하게 잘 빠진 막대기로는 무협 영화 주인공처럼 칼 싸움을 하기도 한다. 막대기가 많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쌓기 놀이를 하다가 집을 만든다. 보고 들은 것을 기초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집을 만든다. 자기만의 특별한 아지트는 대개 이렇게 만들어진다. 무엇인가에 정을 들이고 시간을 들이고 힘을 들인 것들은 결코 하찮지 않다. 소중한 그 무엇이 된다. 그래서 누가 함부로 하면 몹시 속상하다.

 

 

 ▲치워지는 것들

 언제부턴가 공원에서 아파트 화단에서 막대기들이 사라지고 있다. 해마다 가위와 톱으로 깔끔하게 나무들이 다듬어지고 나뭇가지들은 몽땅 한곳에 모아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느 날 스스로 떨어진 나뭇가지들도 부지런히 청소하시는 분들에 의해서 또 어디론가 사라진다. 주로 공장으로 보내 잘게 가루처럼 만들어서 퇴비로 만든다고 한다. 왜 나뭇가지는 치워질까? 그 자리에 남아서 썩어서 영양분이 되어 뿌리로 흡수되어 다시 나무에게로 돌아가게 놓아두면 안 될까? 아마도 나뭇가지가 썩으면서 벌레 친구들이 많이 찾아오고 냄새도 나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사람들 깔끔한 것들을 좋아한다. 사실 벌레나 썩는 냄새 대부분 싫어한다. 참 가끔 장난꾸러기 녀석들 나뭇가지로 칼싸움하다가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나뭇가지가 치워지면서 아이들 놀 거리도 어른들 추억거리도 함께 치워지고 있다.

 

 ▲그럼 무엇으로 놀까?

 아이들 키우는 집은 대부분 블록 놀이 장난감이 있다. 국산 옥스퍼드 블록, 레고 블록, 중국산 블록, 나무 블록, 플라스틱 블록 등 종류가 참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놀다 보면 어느 순간 흥미가 떨어진다. 어느 한구석에 놓인다. 그러다가 안 쓸 거면 누가 줄까? 하면 안 된다고 좀 더 가지고 놀다가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로 간다. 놀기를 그만둔 이유는 흥미가 떨어져서다. 흥미가 떨어지면 재미도 없어진다. 흥미와 재미가 계속되려면 조금씩 재미 자극을 줄 수 있는 꺼리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면서 장난감 구입 단가도 높아진다. 장난감 구조가 작고 정교해지고 복잡해질수록 멋있기는 하지만 좀 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1000원짜리 자동차가 몇만 원짜리 모형, 무선조종 가능한 모형, 한정판 등 단계를 올리다가 그만둔다. 그렇다고 여기서 끝낼까?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그곳에서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꿈은 접어야 할까?

 

 ▲다른 세상에 눈을 뜬다.

 3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집 만들기 놀이를 했었다. 그때 6학년 선생님이 자기 반도 집 만들기 하고 싶다고 했다. 목수 일하시는 부모님, 철물점 운영하시는 부모님 등 여러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서 제대로 만든다고 하셨다. 그리고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자기들이 만들 집 모델링 영상이었다. 그래픽이 나름 훌륭했고 아이들이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현실성 있어 보였다. 영상을 만든 친구가 대견해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6학년 집 만들기 취소되었다. 부모님들 아이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고 짧은 시간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보내준 영상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알아냈다.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이었다. 마인크레프트는 건설형 샌드박스 게임이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세상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블록 건설 게임이다. 유튜브 검색을 하면 마인크래프트 게임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며칠 전 아들이 돌고래를 집에서 키우고 싶다고 했다. 돌고래 수족관 3일 동안 만들었는데 날아갔다고 했다. 그래도 다시 새롭게 시도한다고 했다. 아이들 호기심과 재미를 이어주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 어른들이 편견이 그 세상을 못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이버 세상 속에만 마냥 빠져있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실제 세상으로 나와서 함께 블록으로 만들어 보면 그리 쉽지 않은 우리들 세상을 더 깊이 알게 되고 여러 가지 공부가 될 것이다. 아들과 함께 세 계정을 만드려고 한다.

박성욱 전라북도과학교육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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