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박예분, 6.25전쟁이 앗아 간 우리 형에 대한 이야기 담은 동화책 출간
아동문학가 박예분, 6.25전쟁이 앗아 간 우리 형에 대한 이야기 담은 동화책 출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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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가 박예분씨가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그 의미와 가치를 기록한 동화책을 출간했다.

 6.25전쟁으로 형을 잃은 아우의 이야기를 담아낸 ‘우리 형(책고래·1만3,000원)’이다.

 박 작가는 아버지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모티프로 줄거리를 잡았다. 십여 년 전, 큰집에서 우연히 작은 수첩 하나를 발견했는데, 바로 큰아버지의 비망록이었다. 지금은 국립임실호국원에 잠든 큰아버지가 바로 6.25 참전 용사였던 것이다. 작가는 한국전쟁 때 썼던 큰아버지의 낡은 수첩 속 글을 읽고 또 읽으며 전쟁터에 나간 큰아버지가 아우들과 고향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모습을 가슴 뭉클한 동화로 옮겼다.

 그렇게 새겨진 동화 ‘우리 형’에는 아우에게 만큼은 아주 특별했던 형이 나온다. 형은 나이 차이가 열두 살이나 나는데도 동생들을 살뜰히 챙겼다. 아우가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20점 맞은 날엔 미소를 지으며 아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그날부터 한글을 가르쳐 주었다. 친구들과 멱을 감다가 허우적거리는 아우를 발견하고는 어느샌가 쏜살같이 달려와 안아 주었던 듬직한 형. 친구들은 그런 형이 있는 아우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그 큰 산과 같던 형이 입대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터지면서 그만 소식이 끊어지게 된다. 형을 그리워할 새도 없이 참혹한 상황이 이어지고, 민간인들과 상관없는 이념 전쟁으로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게 된다. 역사 교과서에서나 봄 직한 일들이 실제로 마을에서 일어났다. 이렇듯 동화 ‘우리 형’은 보통 사람들이 겪은 전쟁의 두려움과 아픔을 그리고 있어 더욱 절절하다.

누구에게는 하나뿐인 자식이었고, 누구에게는 애틋한 형제였던 스무 살도 채 안 된 꽃다운 청년들이 부상을 당하고 목숨을 잃었던 전쟁터. 누구보다 가슴 뜨겁게 살았을 이들이 차가운 땅 위에서 싸늘히 식어 갔던 역사를 누군가는 기록해야 했다. 휴전 협정으로 전쟁은 멈추었지만 송두리째 잃어버린 삶에 대한 아픔과 상처를 누군가는 보듬어야 했다. ‘우리 형’은 6.25전쟁을 돌아보고 그 의미와 가치를 새기게 하는 그림책이다.

박예분 작가는 전북대에서 아동학을, 우석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2003년 아동문예문학상과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 ‘엄마의 지갑에는’, ‘안녕, 햄스터’, 동화 ‘이야기 할머니’, 논픽션 ‘뿔난 바다’, 그림책 ‘피아골 아기 고래’ 외 다수를 냈다. 한국작가회의, 한국동시문학회, 전북작가회의 회원이며, 전북아동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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