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가르기의 진실
편 가르기의 진실
  •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 승인 2020.06.23 1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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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초 위안부피해생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핵폭탄급이었다. 회견내용은 그동안 위안부운동이 ‘할머니들을 팔았고 할머니들을 이용했으며’ 역사를 모르는 어린 학생들에게 반일구호만 강요되는 ‘수요시위에는 참석하지 않겠다’였다. 곧바로 메시지는 왜곡되어 위안부운동을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정대협(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부터 정의연(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까지 이어져 온 30년 동안의 일본군위안부피해자운동은 부정되었고 전 윤미향 이사장을 비롯한 정의연은 부도덕한 존재로 낙인찍혔다.

 한 달이 넘게 모든 언론매체는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기사를 쏟아낸다. 정의연의 사태는 사회적 이슈 중심에 놓였고 아니면 말고 식의 새로운 폭로가 사실인양 호도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위안부문제와 피해자들의 증언에 이토록 큰 관심을 두고 청취한 적이 있었던가 당혹과 감탄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정의연과 윤미향에 대한 일련의 사태는 진영논리로 무장된 채 편가르기에 몰두하는 모습으로 드러냈다. 누구의 편이 되고 싶은 혹은 누구를 공격하고 싶은 자들의 확대해석과 과대유추만이 난무할 뿐 누구도 편을 넘어서는 객관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 서로에게 편가르기가 불편한 이유이다. 상대편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고 여겨지면 자기편에 유리한 정보만을 골라 확증편향하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덤빈다. 덤비고 공격하는 사이 결국 검찰과 언론에 처형할 권리를 쥐여 주고 말았다.

 정의연과 윤미향을 마녀사냥 하듯 공격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한 번이라도 위안부문제에 진정성을 보여줬던 적이 있었던가? 이들의 바람은 결코 위안부 피해당사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30년 동안 지속하여 온 위안부운동을 폄훼하고 멈춰 세우고 더 나아가 정의연을 중심으로 한 운동성의 분열을 의도할 뿐이다.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방식으로 운동과정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할지라도 우리는 30년 운동이 마치 실패한 것처럼 평가하지 말고 이룩해 놓은 성과를 분명히 응원하고 미래지향점을 찾아 연대해야 한다. 적어도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워버리는 우를 범하는 데 동조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위안부운동은 피해자와 활동가의 것만은 아니었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한 분 한 분의 증언을 담아 역사를 기록했고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법정에서까지 일본군 성노예전범의 문제를 부각시켜 일본의 책임인정을 이끌어내는 국제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국은 지난해에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Action with Women and Peace)’ 국제회의를 개최해 전시 성범죄자에 대한 불처벌 관행을 종식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체계 수립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있고 다음날 위안부피해자 할머니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정부에 등록된 생존자는 단 열일곱 분뿐이라고 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며칠 전에는 16년간 피해할머니들과 동고동락해온 활동가 한 분이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에 참담하다.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을 만들어 가는 일부터 시작하자.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은 사람이 위안부운동의 중요성과 지켜나가야 할 지향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30년 동안 피해자와 시민활동가들이 정립해 온 가치를 끊임없이 확산시키고 지속해나가는 일일 것이다.

 오늘은 1445번째 수요시위가 열린다. 28년간 위안부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 공간이 보수성향의 단체에 점령당한 채 한쪽으로 밀려나 진행된다고 한다.

 30년 운동이 짓밟혀진 느낌이다.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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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2020-06-23 17:41:35
와 대단하네요...우덜식 편이면 이런식으로 기사를 쓰나요? 어린아이들이 용돈으로 기부금 낸거 아시나요? 그걸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햇다면? 30년간 노력은 '사기' 밖에 안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