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 노준섭
아버지는
막걸리 한 됫박에 세상 시름을 타서 마신 아버지는
한번도 들은적 없는 콧노래를 부르며 터덜거리는 자건거를 끌고 동냥치고개를 넘으셨다
앞 발통에 달린 발전기는 아버지의 비척이는 걸음에는 빛을 내지 않고
달도 없는 하늘 별들이 무더기로 맴을 돌았다
어둠에 몸 감춘 동산에서 아카시꽃 향내가 풍겨나왔다
오월이었다
보리는 여적지 파랗고 새끼들 얼굴은 자꾸만 누래져가는
오월이었다
막걸리 한 됫박으로 아버지는
아무것도 자전거 짐수레에 싣지 못 한 아버지는
생전 하지 않던 콧노래를 흥얼대는 아버지는
별무리의 소용돌이가 어지러워 개구리 우는 골창으로 몸을 부렸다
휘어진 자전거 살대위에 가누지 못 한 몸을 실은 아버지 눈으로 별무리가 쏟아져 들어갔다가 은하수처럼 솟구쳤다
세상에 가장 높은 고개
넘다 넘다 이지러진 설운 삶을 어깨에 지고
우지도 못 한 아버지 설움이
산등성이 송화가루로 피어올랐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력 4~5월은 찬란한 햇살 아래 모든 것이 빛나는 그런 계절이지요.
산들 아무렇게나 핀 찔레꽃 하얀미소가 붉은 망또를 휘날리는 스페인집시처자같은 장미의 자태가 그리고 짙어지는 잎새들의 푸름이 현기증나는 계절~~
이제는 어느 시골에서도 보기 힘들어진 보리
나는 왜 이 싱그럽고 활기찬 계절에 떠올려진 기억들이 이리도 슬픈건지~~
위의 글은 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셨고, 면내 제일 억척인 어머니 덕분에 나의 유년이 배를 곯지는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궁핍의 그늘에 가린 사람들이 참 많기도 했던 내 유년의 고향이야기지요.
아마 나보다 열살쯤만 어려도 나의 이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싶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꼰대의 넋두리쯤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배고프지 않은 시간을 살면서도 왜 저 시절이 이리도 그리운건지 ?
나의 이 글이, 이 넋두리가?
행여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비슷한 이들에게는 작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
혹여 나이가 젊은 이들에게는 옛적의 어느 시절의 옛이야기쯤으로 받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누리는 풍요가 ?
우리 부모님들의 희생과 노력이 밑바탕이 된 결과물이라는 것 ?
그건 좀 알아주기를 바라는 욕심 더불어~~^^
노준섭 시인
(전북사대부고,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6년 시와창작 신인상, 시와창작 작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