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국악원 무용단 ‘천변풍경’ 선보여
도립국악원 무용단 ‘천변풍경’ 선보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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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락 사드락 걷는 풍경 속에 마주한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표현

전주를 휘돌아 나가는 천변을 소재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수채화처럼 표현한 창작무용 ‘천변연가(대본·연출 이재환)’가 드디어 무대에 오른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차주하) 무용단(단장 여미도)은 26일 오후 7시 30분과 27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29회 정기공연 ‘천변연가’를 선보인다.

그동안 ‘모악정서’와 ‘장수가야’ 등 지역의 독특한 소재와 정체성을 살린 무대를 선보여 주목받았던 무용단이 이번에는 ‘천변연가’로 일상에 지친 도민들의 마음에 작은 쉼터를 내어준다.

‘천변연가’의 탄생배경은 지난해 가을의 끝자락, 우연히 발길이 닿았던 천변에서 온몸에 휘감기는 찬바람에 몹시 황홀감을 느꼈던 여미도 단장에게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장수가야’ 공연을 마치고 지친 마음을 이끌며 산책에 나갔던 여 단장이 살갗에 부딪히는 갈대의 느낌에 매혹되면서다. 누구나 오가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천변이라는 공간에서 위로를 받게된 여 단장이 천변을 배경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과 사계를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세상 모두가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현재의 상황도 작품의 의미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가혹한 삶일 터인데, 영원히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전주 시민과 함께하고 있는 천변의 시간이 인생의 시간과 겹쳐 모두의 추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힘을 보여줄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천변연가’는 내용은 심플하지만, 매우 철학적인 공연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의 삶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다할지라도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니, 봄날이 멀지 않았음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생이 무겁고 힘들어도 아름다운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고, 그 숨은 기억으로 삶을 지탱하고 있으며, 그래서 하찮은 생은 없고 각자의 생은 모두 찬란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작품구성은 총 13장으로, 사계절의 변화를 춤으로 담아낸다. 한국의 전통을 담아 모던한 현대춤에 이르기까지 춤도 풍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춤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여미도 단장이 직접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은 여인으로 출연해 작품의 매개자 역할도 한다. 전주 천변을 상징할 수 있는 흐르는 물을 오케스트라 피트 위에 상징적으로 장치해 무용수들의 발림과 함께 춤으로 탄생될 무대 또한 공연의 백미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18일 시연회를 통해 공개된 일부 프로그램에서도 천변의 사계절의 변화와 인생사를 담아낼 묵직한 주제가 있는 무대임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넘어서는 소녀, 그리고 여인으로 이어지는 시간여행에서 우리는 다시 기운 차리고 돌아오는 새봄을 기다린다.

이재환 연출가는 “하루를 찾아오는 새날은, 어제의 모든 것을 잊고 새롭게 맞이할 화양연화의 바로 그날임을 얘기하고자 매번 한 꼭지마다 즐거운 시절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아내고자 한다”면서 “독무에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군무로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일체감 있는 움직임으로 독창적인 춤의 미학을 선사하는 노련미를 통해 한 폭의 그림이나 사진처럼 모던한 공연형식으로 표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여미도 단장은 “돌이켜보면 매순간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없었으니 이번 위기 또한 잘 극복해내면 반드시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지금, 예술의 힘이 발현되어 우리 모두가 위로받고 치유되지길 소망하며 ‘천변연가’로 어렵고 힘든 지금의 상황을 잘 견디어내 다시 한 번 희망의 불씨를 키우셨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인사를 남겼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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