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평화음악회, 김호중 ‘친구여’ 그 감동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평화음악회, 김호중 ‘친구여’ 그 감동
  • 정영신 전북소설가협회 회장
  • 승인 2020.06.17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그리운 친구여

 1983년 6월 25일에 발매된 가수 조용필이 부른 ‘친구여’의 가사이다. 이 노래는 1984년 ‘KBS 가요톱10’ 5주 연속 1위를 했으며, 골든컵을 수상한 조용필의 대표적인 곡 중의 하나이다. ‘친구여~ 친구여~’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그 추억만 남은 미원탑 사거리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참 많이 흘러나왔던 노래였다. 그 후 가끔 가창력 좋은 다른 가수들이 이 ‘친구여’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자신의 가창력을 마음껏 표출하며 노래방 7080 중년 애창곡 중의 하나로 그 명맥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내 취향의 장르가 아니어서인지 내 기억 속에는 ‘그런 노래도 있다’ 정도로 희미하게 자리하고 있었던 별로 존재감이 없던 노래였다.

 그런데 이 ‘친구여’ 노래가 탄생한 지 40여 년이나 흐른 2020년 6월 14일, KBS에서 기획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평화음악회’를 시청하다가, 트바로티 김호중이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라며 그 ‘친구여’ 첫 소절을 애잔하게 부르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정지화면처럼 숨을 멈추고 넋을 놓고 그 노랫말을 따라 리듬을 타고 어디론가 빠져들어 갔다. 그러고는 주말 내내 일상생활 중에도 틈이 날 때마다 수시로 이 김호중이 부르는 ‘친구여’ 노래를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 ‘친구여’ 노래 발매일이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勃發)했던 날이다. 그리고 2000년 6월 15일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뒤,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루자는 데 뜻을 모으고 남북 연합 및 이산가족 문제, 민족 경제 발전과 다방면의 남북교류를 위한 지속적인 남북대화 등의 내용이 담긴 남북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날이다. 그 후 2018년 다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한 편의 영화 같은 판문점 도보다리에서의 만남과 군사 경계선을 남북 두 정상이 두 손을 마주 잡고 건너가는 꿈길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최근 남북의 대화로가 북에 의해 일방적으로 차단되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등, 조금은 염려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처럼 남북 관계에 붉은 등이 들어와 있는 서글픈 시점에서 KBS에서 마련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평화음악회’ 기획은 대단히 시기적절했으며, 다른 노래도 다 의미가 있었지만, 특히 트바로티 김호중의 ‘친구여’ 노래는 대중가요와 성악발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천재적으로 그 천상의 소리를 노랫말을 따라 하늘로 바다로 밤으로 낮으로 바람 속으로 구름 속으로 달빛과 별빛 속으로 나는 듯한 그 신비롭고 다정한 음색이 가히 돌아누운 먼 친구의 마음을 가슴 안으로 안겨오게 할 만한 애틋하고 감동적인 아름다운 노래였다.

 이것이 바로 노래, 음악의 힘이다. 음악은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신성한 예술이다. 고대의 위대한 예언자들은 위대한 음악가였다. 음악은 사람을 도취시키는 매력과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노래를 접하는 순간 왕좌에 앉은 감격보다도 더한 극적인 희열감을 느낄 수 있으며, 마법에 취한 듯한 황홀하고 신성한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음악은 세상만물을 조화롭게 한다. 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합할 때 그들을 조화롭게 할 방법으로는 음악보다 나은 수단이 없다고 한다. 음악은 소통의 신이며 화해와 용서, 사랑의 신이다. 아름다운 영혼, 선함이 깃든 영혼이 빚어낸 그 천상의 소리 음악은 노래는 상대의 악한 영혼 부정적인 영혼을 부드럽고 온화하게 변화시킨다. 그래서 트바로티 김호중이 겪은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청소년기의 소중한 이와의 이별의 아픔, 그로 인한 방황과 고독, 청년기의 절망과 가난, 가까운 이의 배신 등 온갖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러한 부정적인 상황들을 오히려 선한 기도와 아름다운 노래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맑게 정화한 김호중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육체적인 아픔이 잊히고 정신적인 우울감과 고통이 어느 순간 행복감으로 충만해진다. 이처럼 영혼이 맑고 선한 이의 노래는 그 음악을 듣는 이의 영혼도 또 그렇게 선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남북관계가 조금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처럼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과 북이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바란다. 우리의 그날, 남북 모두 서로 하나가 되어 행복해 지는 그날을 위해, 트바로티 김호중의 ‘친구여’ 노래를 6월의 남북 하늘에 훨훨 날려 본다.

  정영신<전북소설가협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