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근 소설가, ‘각선당의 비극’…반전을 거듭하는 또 하나의 세계
오상근 소설가, ‘각선당의 비극’…반전을 거듭하는 또 하나의 세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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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오상근 소설가가 미스터리 추리 장편소설 ‘각선당의 비극(베스트하우스·1만5,000원)’을 출간했다.

 지난 2015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듬해 여수해양문학상 소설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로 선정되는 등 주목받은 오 작가는 더욱 성실하게 창작활동에 몰입했다. 지난 시간 동안 읽는 이에게 서늘하면서도 반전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쓰고자 열정을 토해낸 것이다.

‘각선당의 비극’은 절대자처럼 위대한 위치에 서 있는 각선과 그의 추종자들이 살아가던 또 하나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각선당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뼈대로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과 불신의 현장을 보여주는데, 현실감이 그만이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임직하고 재산 문제로 속퇴했음에도 고택 각선당을 운영하면서 승려 생활 유지하려하는 각선과 각선당의 재물에 욕심을 내는 여러 인물들의 관계 속에 검은 그림자가 짙게 밀려들기 시작한다.

 각선의 재산에 욕심을 내고 문화재 도굴죄 등 전과가 많은 친동생 강민수를 비롯해 각선당의 재물에 관심을 보이는 여러 인물들이 살해사건의 중요 용의자로 지목되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이 쫄깃하다.

 첫 번째 사건은 4년 전, 절대자인 각선을 공격했던 한 남자, 비극은 그날부터 잉태되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의 아버지 박건태를 살해한 노태민이 옥살이 후 각선당으로 귀환한 그날부터 두 번째 사건이 예고되기 시작하는데, 각선이 죽으면서부터 스토리의 전개가 급물살을 탄다.

 무엇보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노태민이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구조가 신선하다. 박건태의 죽음, 어머니의 실종, 게다가 각선의 죽음까지 감당하기 힘든 일이 태민을 둘러싸고 벌어졌는데, 경찰은 태민을 각선의 살인범으로 몰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 아닌가. 각선당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를 태민의 손으로 걷어내 실체를 알아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진범이 밝혀지는 과정은 이 작품의 백미로 볼 수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진범의 동기는 애욕이 범람하는 세계의 비극으로, 오 작가가 왜 이 작품의 제목을 ‘각선당의 비극’으로 붙였는지 책장을 덮는 순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충격의 결말이 던지는 전율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각선당의 비극’은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다룬 사회파미스터리 소설의 전형을 구축시킨 인상적인 작품이다. 수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현직 검찰수사관이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한 소설로, 극중의 수사 과정에 크고 깊은 현실성이 반영되어 있는 점도 작품의 큰 미덕이다. 추리 장르의 전통적 내러티브 위에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는 패턴이 가히 섬세하기 이를 데 없고, 번뜩이는 복선과 반전은 가독성을 높인다. 일본과 같은 다른 나라의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매료돼 있는 독자들에게 한국형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매력을 뽐낸다.

 오상근 작가는 전주지방검찰청 수사과에 근무하고 있다. 검찰수사관이 되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리다가, 마흔 줄을 넘긴 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폐광’을 출간할 예정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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