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 채널의 ‘건강 쇼’, 정보인가? 광고인가!
종합편성 채널의 ‘건강 쇼’, 정보인가? 광고인가!
  • 김형준
  • 승인 2020.06.14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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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 사람이나 학생 등 사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종합편성 채널들이 앞다투어 방송하는 ‘건강·의료 정보 쇼’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내과, 가정의학과 등 각 과에 유명 의사/한의사 등이 나와서 연예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무슨 음식, 무슨 성분이 몸에 좋다고 정보를 전달하는 쇼인데 문제는 이 방송에서 특정 식품이 언급되면 다음 날부터 집마다 온통 식단이 바뀌게 되고 며칠씩 맛(?)도 없는 건강식품을 매일 먹어야 하는 나머지 가족들은 그야말로 곤욕을 치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각종 종편 혹은 지상파 채널마다 이런 건강 쇼 프로그램은 넘쳐나고 있는데 종합편성 채널을 즐겨보는 사람은 누구나 건강전문가가 될 지경이다. MBN TV의‘황금알’ ‘엄지의 제왕’ ‘알토란’. TV조선은 ‘아틀라스’ ‘만물상’ ‘내 몸 사용 설명서’, 그리고 JTBC는 ‘건강의 품격’ ‘여러분’ ‘닥터의 승부’ 등 한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을 중복 편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건강이나 의학 정보의 질적인 수준과 정보의 정확도에 대한 점이다. 종편TV들이 이른바 ‘쇼 닥터’로 불리는 의사와 한의사들을 내세워 건강식품을 특효약인 것처럼 과대 선전하는 사례가 잦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종편방송사가 건강식품이나 식물을 건강에 특효가 있는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2015년도만 해도 MBN의 ‘천기누설’이라는 프로는 8건이나 위반했고, 이 방송사의 ‘다큐M’은 2건을 위반하는 등 모두 11건을 위반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았다. TV조선의 ‘내 몸 사용설명서’가 2건의 제재를 받는 등 TV조선은 모두 8건의 제재를 받았다. 이밖에 채널A가 4건, JTBC가 1건 등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 제42조는 <방송에서 식품, 건강기능식품을 다룰 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거나 효과와 효능을 과장해 과신하게 하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 약초꾼들이 산으로 들어가 희귀한 식물을 채취하게 하면서 그 장면을 그대로 ‘실감나게’ 내보내곤 한다. 게다가 그 식물을 먹은 사람의 개인적 체험사례, 혹은 의사나 한의사 등 ‘쇼 닥터’들의 설명을 곁들이면서 그 식물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방송하고 있다. 또 특정 희귀식물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잘못 알려짐으로써 야산이나 숲에서 그 식물이 멸종되거나 개체 수가 급감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고 한다. 이런 문제로 환경을 훼손하거나, 일부 종의 멸종을 부추기는 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방송을 통해 별다른 여과 장치 없이, 또 죄의식 없이 시청자에게 주입된다면 정말 큰일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무분별한 건강식품이나 처방이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자에게서 기존의 치료를 중단하고 오히려 이런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식품에 매달리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프로그램들이 난립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방송국, ‘쇼 닥터’들, 그리고 종편의 주요 시청자층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우선 이러한 건강 쇼에 출연하는 의사나 한의사들은 실상 학술적인 전문가라기보다는 병원이나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활동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부 의학적 시술이나 약물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있을 수 있으나, 특히 식품이나 일부 상품화된 기능성 제품은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의사들은 그야말로 병을 고치고 약물을 다루지만 식품이나 영양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종편TV의 시청률을 책임지는 주요 세대는 노인층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이나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반면, 현대적 건강과 의학의 개념보다는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이나 식품에 대한 맹신적인 성향이 크고 또한 이러한 제품에 대한 구매력도 높다는 점이 주요 타겟이 된다. 종편에서 언급된 식품이 곧이어 주요 홈쇼핑채널에서 상품으로 판매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는 점도 이런 특성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종편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담식의 건강 쇼는 제작비가 적게 들어갈 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의사나 패널들 그리고 언급되는 식품과 관련된 회사로부터 광고나 후원 수입을 받기 쉽기 때문에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편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건강과 의료는 정확성과 신뢰도,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 피해는 엄청날 수 있다. 종편방송사는 언론 그리고 공익 사업자로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며 출연하는 의료인들 역시 개인적인 홍보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로서 신뢰를 저버려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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