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는 수의사(水醫師)가 필요하다
수돗물에는 수의사(水醫師)가 필요하다
  • 민경진 K-water 금강유역본부장​​​​​​​
  • 승인 2020.06.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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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수돗물의 소중함을 느끼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일상생활에서 너무 쉽게 얻을 수 있어서, 멀리서 여러 과정을 거쳐 내 집까지 온 수돗물의 소중함을 깨닫기 어려울 것이다. 2019년 5월, 인천시에서 물 공급 관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사고를 보며 우리의 일상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의 안정적 공급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시민들이 수돗물을 불편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급 관로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예방뿐만이 아니라 수돗물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여러 형태의 설비들의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요 설비는 예비설비를 두고, 공급되는 전기를 이중으로 설치하는 등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듯 설비에 대하여 사전에 예방진단을 하는 것이다.

 설비진단 기술은 1960년대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항공, 우주, 군사, 원자력 설비의 조기 이상 검지를 목적으로 탄생하였다. 1970년대에는 미국 등 선진국의 산업 플랜트의 설비정비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설비진단은 설비를 분해하지 않고 여러 가지 계측기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를 분석하여 노후화나 손상 상태를 확인하고 대책을 찾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마치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치료를 하듯이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설비진단은 사람을 위한 건강검진에 빗대어 설비의 건강검진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도시설에 대한 건강검진 역할을 하는 중요 설비 대상의 설비진단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전력설비 진단이 있다. 시설운영 중 정전이 발생한다면, 설비가 멈춰 수돗물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이러한 정전사고를 막아주는 것이 바로 보호계전기다. 보호계전기는 전력계통에 이상 상태가 발생하였을 때 그 부분을 회로에서 차단하는 명령을 하는 설비이다. 따라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보호계전기를 주기적으로 진단함으로써 단수 없는 물 공급체계를 확보할 수 있다.

 다음으로 펌프설비 진단이다. 펌프는 물을 목적지까지 이송시키기 위한 설비로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최전방에 있는 설비이다. 펌프설비 진단은 정밀한 진동센서를 이용하여 결함원인을 분석하고, 펌프 전?후단 물의 온도와 압력차를 이용하여 효율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진단기술을 통해 펌프 고장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효율에 따른 수리 및 교체 시기를 판단하여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밸브 동작시험이다. 관로는 펌프에서 가압된 수돗물을 주민에게 보낼 수 있는 배관이며, 관로상에 급수구역을 나누거나 사고 발생시 차단시켜 피해 범위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밸브이다. 설치 목적에 따라 열고 닫는 경우가 많지 않고 특히 노후화된 밸브는 필요시 동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밸브의 기능적인 동작상태와 구조적인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밸브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시험을 사전에 실시하고 있다.

 우리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증상에 따라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와 치료를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설비도 주기적인 진단과 수리로 예방해야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K-water는 수도설비의 수의사(水醫師)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 올해 수도지원센터를 출범시켰다. “기초가 튼튼해야” 라는 말이 있다. 시민들이 불편함 없이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돗물 공급의 기초가 되는 건강한 설비를 유지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민경진 / K-water 금강유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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