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우리는 우리자신의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우리는 우리자신의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 고영승 기자
  • 승인 2020.06.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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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기 명지대 교수, 제5기 CVO 비전창조 아카데미 6차 강연
한명기 교수 / 신상기 기자
한명기 교수 / 신상기 기자

 전북도민일보 제5기 CVO 비전창조 아카데미 6주차 강연이 지난 4일 전주 노블레스 컨벤션 웨딩홀에서 한명기 명지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특강 강사로 초청, ‘격변기에 돌아보는 한반도의 국제관계’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강사로 나선 한 교수는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경제 보복 문제를 비롯해 여전히 불확실한 북한의 핵문제 그리고 잠시 수면 아래로 잠복되어 있는 중국과의 사드 문제 등 굉장히 중요한 격동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특강의 문을 열었다. 이러한 모든 이슈의 배후에는 중국의 공산주의와 미중 패권 경쟁이라고 하는 두가지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그런 양자 경쟁의 여파가 가장 심각하게 다가오는 지역이 바로 한반도고, 대한민국”이라며 “미·중경쟁이 주로 무역, 통상 같은 분야에서 심화되는데 이게 정치군사적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면 강대국 사이에서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는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날이 갈수록 좁아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임진왜란 등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나 정치리더들이 이 주변 국가에 전쟁을 자초할 만한 특별한 잘못을 저지른 게 없는데, 문제는 꼭 전쟁이 한반도에서 터졌다”라며 “그 핵심 이유는 우리 의지나 의사와 관련 없이 바로 주변 국가끼리의 기존의 역학관계, 거기서 일종의 파워체인지 파워시트가 생기는 것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특히 파워시트 연장선상에서 불똥은 늘 한반도로 튀었으며 그것을 우리가 확실하게 감지한 게 2017년 사드 사태”라며 ”이후 북핵협상이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미봉되었다가 INF 폐기 이후로 미사일 배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어떤 식으로 낙착될지는 잘 모른다”라며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군사정치 영역까지 아주 심각하게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INF는 1986년에 구소련의 고르바초프와 미국의 레이건이 맺었던 ‘중거리 미사일 감축 협정’이다. 1500km에서 3500km 사이의 중거리 미사일을 30년 가까이 서로 견제하면서 최대한 감축하고 폐기해왔다. 당시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핑계 댔지만 실제 의도는 중국 견제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러시아와 미국이 INF협정에 묶여있는 사이에 협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중국은 거의 무제한으로 미사일을 양산해왔다. 미국 역시 사거리 500km부터 시작해서 중거리 미사일의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문제는 INF 폐기 하루 만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중거리 미사일’을 일본과 한국에 배치하고 싶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에 그는 “사드(THAAD)를 번역하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해서 방어라는 말이 들어간다”라며 “하지만 이 중거리 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하면 바로 핵미사일 되니까 중국이 느끼는 위협감이라고 하는 것이 사드하고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 컷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중국은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는 선택을 하지 말라.’는 성명을 냈고, 중국 정부 시각을 반영하는 신문 중 황색언론(옐로저널리즘)인 환구시보 역시 ‘한국이 미국 압박을 못 이기고 결국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당장 단교를 하게 될 것이다.’ 라는 식의 협박이 나올 정도였다.

한 교수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 부부 그리고 아베 부부가 찍은 평범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그는 “이 사진은 G20 정상회담 직전에 아베가 트럼프를 특별히 국빈으로 초청해 가가호라는 일본의 2만 톤급 해류기 항공모함 위에서 찍은 사진”이라면서 “이 사진의 의미가 큰 이유는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해서 태평양전쟁을 일으킬 당시 일본 해군 전폭기들을 싣고 갔던 항공모함 이름이 가가호였다”고 말했다. 그 가가호는 미군 공격에 지금 태평양 속에 푹 가라앉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서 좀 심하게 말하면 일본이 푸들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중국 견제의 선봉에 서겠다’라고 하는 일종의 제스쳐라고 해석했다. 미국을 도와 중국 견제의 선봉에 섬으로써 미국의 허용하에 일본 헌법을 뜯어고쳐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달려가기 위한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한 교수는 북핵, 사드, 경제보복 등 격동하는 세계와 한반도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인간과 감염병과의 투쟁의 역사’, ‘중견국가 한국 앞의 지정학 리스크’, ‘45년 체제 동요, 과거 성찰과 현실 직시 절실’, ‘14세기 후반 동아시아의 격동’, ‘조선과 일본, 임진왜란 전개’, ‘사라지지 않은 고정관념’ 등을 설명하며 참석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한명기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지금까지 패턴으로 볼 때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는 우리자신의 역량을 키워야한다. 그런데 그 역량을 키우는 가장 걸림돌이 지금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진영논리”라며 “나랑 의견이 다르면 서슴없이 ’너 종북좌빨이지. 너 보수꼴통이지‘ 하면서 상대방을 규정짓는다. 이런 마인드를 바꿔낼 정도의 리더쉽이 없으면 외세가 쳐들어오기 딱 좋은 구도가 지금 한반도다. 과거를 반면 교사 삼아 거기서 뭔가 시사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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